[기자 수첩] 틱톡 10대 트렌드 영상 '기아 챌린지' 들불처럼 확산...박수 쳐?

  • 입력 2022.07.27 10:57
  • 수정 2022.07.27 11: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틱톡 사이트 캡처
틱톡 사이트 캡처

틱톡(TikTok)은 앱 마켓 다운로드 35억 회 이상, 지난해 구글을 제치고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한 숏폼(Short-form) 동영상 플랫폼이다. 길어야 1분 이내 짧은 영상을 빠른 음악과 함께 재생하면서 지루한 것을 거부하는 10대들의 필수 앱이 됐다. 전세계 이용자가 10억 명에 달하고 미국에서는 유튜브보다 사용자가 많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소셜 미디어 사용 현황에 따르면 미국인의 21%가 틱톡에 접속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8세 에서 29세 사이 미국 성인 48%가 틱톡을 사용했다. 미국 젊은 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틱톡의 10대 트렌드에 기아 챌린지(Kia Challenge) 이름을 올렸다. 

틱톡에서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상 목록 가운데 하나가 기아 챌린지와 관련된 영상이라는 의미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소셜 미디어에서 기아라는 브랜드를 포함한 '기아 챌린지' 영상이 하나의 트랜드가 됐다면 반길 일인데 그렇지가 않다. 기아 챌린지는 기아 차량을 어떻게 훔치는지 방법을 담은 영상이다.

오토헤럴드는 앞서 미국 전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사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하고 있으며 대부분 10대인 절도범은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법'차량 절도 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실제로 틱톡과 유튜브에는 스티어링 칼럼을 떼어내고 USB 케이블이나 드라이버를 이용해 간단하게 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기아 챌린지 영상을 보면 충격적이다. 스티어링 칼럼을 감싼 플라스틱 겉을 떼어내고 USB 케이블을 '그 곳'에 대면 끝이다. 너무 쉽고 단순해서 믿기 힘들 정도다. 10대들은 차량을 훔치는 것보다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전원을 켜고 시동 걸기에 도전해 성공했다는 것을 공유한다. 

절도범 중에는 법적 처벌이 어려운 미성년자가 상당수인데 이들 소셜 미디어는 불법을 조장하는 영상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지금도 틱톡에서 기아 보이즈(Kia Boys)를 검색하면 이 방법을 담은 영상이 줄줄이 나온다. 기아 보이즈(Kia Boys)는 미국 밀워키에서 기아 모델을 표적으로 절도를 일삼는 차량 전문 절도 조직이다. 

한 관계자는 "암호화한 이모빌라이저 시스템이 없는 차 대부분 비슷한 방법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왜 유독 현대차와 기아 차량만이 절도범 표적인 됐을 까. 이 관계자는 "스티어링 컬럼 주변 마무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상을 보면 시동키 주변 플라스틱 덮개가 너무 쉽게 떨어져 나온다. 덮개를 떼어내고 USB 충전 케이블로 전원을 켜는 데 2~3초도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매번 운전대 잠금장치를 달거나 보안 시설이 있는 실내 주차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차량 절도 사건 대부분은 돈이 되는 비싼 차가 표적이지만 유럽과 미국의 취향은 다르다. 유럽에서는 랜드로버, 벤츠, BMW 미국에서는 토요타와 닛산, 쉐보레가 주로 표적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순위 상위 목록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틱톡과 유튜브 덕분에 방법이 쉬워진 현대차와 기아 차량 절도 사건은 지난해 밀워키에서만 1만 건 이상 발생했다. 미 전역에서 한 해 평균 발생하는 차량 절도 사건 5만 여건의 20%에 달한다. 상황이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요즘 차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있어 도난 염려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언제 만들고 어떻게 만들었든 10대들이 재미 삼아 해보는 장난 대상으로 전락한 자동차, 그 브랜드를 누가 신뢰할까.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여기 저기 훔치는 방법이 나돌고 너무 쉽게 도난 당했다는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한 그 브랜드의 차를 또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틱톡, 유튜브 관련 영상 차단을 강력 요청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엔진 이모빌라이저 시스템 이전 차량에 기술적 보완이나 장비 추가로 도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며 "10년 전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차였다. 훔쳐가도 대수롭지 않았고 훔쳐도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도난 방지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건데 이제 부메랑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