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06. 포드 선더버드 '화려한 부활을 꿈꾼 비운의 차'

2001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10세대 포드 선더버드는 1955년에 시작한 모델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의도가 디자인에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틀을 답습한 탓에 실패했다. 오히려 디자인의 바탕이 된 1세대 모델은 개인적 성격의 2인승 고급 컨버터블이라는 개념에 더 충실해 성공했다.

  • 입력 2022.07.11 14:00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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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자동차 업계에서 레트로 디자인이 새로운 유행을 타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 업체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너나할 것 없이 빠르게 유행을 읽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제품화를 서둘렀다. 그 가운데에서 특정 모델의 오랜 전통을 레트로 디자인의 바탕으로 삼는 데 가장 열중했던 브랜드는 포드였다. 크라이슬러가 플리머스 프라울러나 크라이슬러 PT 크루저로 특정 시대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포드가 레트로 디자인의 첫 대상으로 삼은 차는 선더버드였다. 선더버드는 1954년에 1955년형 모델로 첫선을 보인 이후 포드의 대표적 후광 모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 흐름의 변화와 더불어 제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9세대 모델이 1997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1993년 무렵에 후속 모델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2001년에 출시된 10세대 포드 선더버드. 폭스바겐 뉴 비틀 디자인의 주역인 제이 메이스가 디자인을 지휘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2001년에 출시된 10세대 포드 선더버드. 폭스바겐 뉴 비틀 디자인의 주역인 제이 메이스가 디자인을 지휘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그러다가 제이 메이스(J Mays)가 포드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맡고 나서 디자인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메이스는 앞서 폭스바겐 뉴 비틀의 원형이 된 콘셉트 원 디자인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주도해 만든 새 선더버드는 19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의 디자인은 거의 변하지 않고 2001년 하반기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메이스는 이후 포드의 디자인 수장으로서 선더버드를 시작으로 포드 디자인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기 시작했다.

10세대 선더버드에는 초기 모델의 특징들이 골고루 반영되어 있었다. 원형 헤드램프와 낮은 위치에 넓게 자리를 잡은 격자형 그릴, 그릴 양쪽에 배치한 보조 램프, 보닛 위의 공기 흡입구, 앞 펜더의 공기 배출구에서 시작해 차체 뒤쪽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 둥근 앞 유리를 둘러싼 크롬 프레임 등은 1955년에 나온 1세대 선더버드의 스타일 요소들을 가져온 것이었다. 탈착식 하드톱 옆 부분에는 둥근 유리를 달았는데, 그 역시 1950년대 선더버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10세대 선더버드의 형태와 여러 디자인 요소에는 초기 모델들의 특징이 골고루 반영되어 있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10세대 선더버드의 형태와 여러 디자인 요소에는 초기 모델들의 특징이 골고루 반영되어 있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물론 1950년대 유행하던 테일 핀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았다. 대신 뒤로 갈수록 아래로 내려가는 차체 뒷부분을 테일램프 위쪽으로 이어지는 부분만 살짝 도드라지게 만들어 '퇴화'시켰다. 옛 차의 전형적인 크롬 범퍼도 사라졌다. 대신 차체 곡면을 그대로 이어받은 범퍼에서 아래쪽 부분만 조금 부풀리고, 위쪽과의 경계선이 차체 뒤쪽으로 이어지도록 해 좀 더 강렬한 캐릭터 라인 역할을 부여했다.

실내는 겉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다른 차들과의 연관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외모와 달리,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한 실내 디자인은 플랫폼을 공유한 링컨 LS와 다를바 없었다. 2도어 차체에 맞춰 손본 도어 트림과 화려함을 더한 좌석 정도가 두드러진 차이점의 전부였다. 강렬하고 화려한 차체색과 내장재색은 차를 돋보이게 만들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묘약이 되지는 못했다.

전형적 레트로 디자인인 외모와 달리 내부는 플랫폼을 공유한 링컨 LS와 다를바 없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전형적 레트로 디자인인 외모와 달리 내부는 플랫폼을 공유한 링컨 LS와 다를바 없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포드는 새 선더버드로 한때 포드의 이름을 빛낸 명차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 일은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2001년 7월에 생산을 시작해 2005년 7월에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팔린 선더버드는 6만 8000여 대에 머물렀다.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숫자가 2002년 말까지 팔렸다. 새 선더버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너무 빨리 식었다. 안팎에 따로 노는 디자인의 영향도 있었지만, 제품 자체의 성격이 불분명했던 탓이 컸다.

1955년형 포드 선더버드. 개인적 성격의 2인승 고급 컨버터블이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1955년형 포드 선더버드. 개인적 성격의 2인승 고급 컨버터블이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10세대 선더버드의 모습을 만드는 기준이 된 1세대 모델은 선더버드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한 모델이기도 했다. 1954년에 첫선을 보인 선더버드는 개인적 성격의 2인승 고급 컨버터블이었다. 오랫동안 라인업에 2인승 모델이 없었던 포드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스타일 면에서는 차가 가진 의미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았다. 직접적 경쟁 모델이었던 쉐보레 콜벳과 비교해도 보수적 분위기가 좀 더 짙었다. 유행하던 테일 핀도 작은 편이었고, 화려하기보다는 점잖은 분위기였다.

공교롭게도, 스타일에 미국적 보수성을 담은 선더버드는 경쟁차인 1세대 콜벳을 판매 면에서 압도했다. 유럽 스포츠카를 겨냥한 미국 차를 지향했던 콜벳은 스타일에 비해 스포츠카 답지 않은 성능을 내는 모호한 차였지만, 선더버드의 개념은 당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선더버드는 인기에 안주했고, 10세대 모델 역시 스타일만큼이나 과거의 틀을 답습한 것이 실패의 이유였다.

1세대 포드 선더버드는 차의 성격을 반영해, 당시 기준으로는 보수적이고 점잖은 분위기였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1세대 포드 선더버드는 차의 성격을 반영해, 당시 기준으로는 보수적이고 점잖은 분위기였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선더버드는 레트로 디자인으로 헤리티지를 자랑하고 부활을 꿈꿨지만 결국 브랜드 역사의 마침표가 되고 말았다. 그에 비해 스포츠카로서 본질을 탄탄히 다져 지금에 이르고 있는 콜벳을 보면, 스타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면서 본질에 충실하려는 제품 철학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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