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귀하신 몸 전기차 전문 인력' 체계적 정비 프로그램 절대 부족

  • 입력 2022.07.04 12:00
  • 수정 2022.07.04 13:49
  • 기자명 김아롱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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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대중화하면서 정비 및 관리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커지고 있지만 관리소홀, 부품결함 등으로 인해 고장이 발생하거나 관련상식 등 정보부족으로 소비자들이 정상상태를 고장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인프라 부족으로 제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전기차 정비와 관련한 법적기준 마련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국토교통부 정비이력전송항목(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표21의3)에 고전압전기장치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고전원전기장치 전송항목은 현재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에 적용되고 있는 구동축전지(고전압배터리), 전력변환장치(인버터 및 컨버터), 구동전동기(구동모터), 연료전지, 감속기 등 5개 항목입니다. 

또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등의 고전원전기장치 검사기준 및 검사방법이 마련됨에 따라 전기차의 정기검사제도가 의무화됐습니다. 2020년 5월 24일부터 시행된 개정 시행규칙은 전기차의 전기 및 전자장치에 대한 검사기준 및 검사방법(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15의2)을 비롯해 고전원전기장치 검사는 ‘고전원전기장치 등 취급자 안전교육을 받은 기술인력이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검사기준이 없어 일반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기준으로 정기검사를 받아오던 전기차는 일반검사 외에도 배터리 등 전기장치의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절차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정기검사 대상차량은 출고 후 4년이 된 전기차이며 이후 매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전기차를 정비하기 위해 전기차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작업자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전기차 고전압시스템에 흐르는 전압은 300V에서 높게는 1000V에 이르므로 전기차가 사고나 고장이 발생한 경우 차체에 흐르는 전류에 접촉한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고전압이 흐르는 배선 및 전용부품은 매우 위험해 전기차 전용공구와 보호장비가 필수적입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및 고전압시스템 관련 안전교육 등에 참여해 개인보호장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와 정비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작업장 환경도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고전압이 흐르는 전기차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공간이 마련해야 하며, 고전압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작업장과는 달리 작업자 외에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야 합니다. 또한 작업장에는 절연매트가 깔려 있어야 하고 주변에 위험문구를 게시해 주변인들에게 주의를 상기시켜야 합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의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등의 고전원 전기장치 검사기준 및 검사방법에 따르면, 전기차 등 고전원 전기장치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절연저항시험기, 고전원용 절연장갑, 절연화, 절연매트, 보안경, 앞치마 등 시설 및 장비를 갖춰야 하며, 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고전원전기자동차 등 취급자 안전교육’을 21시간 이상 이수한 정비인력에게 검사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관련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서비스인력의 기술인증제도와 병행해 전기차 정비서비스 교육 및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아차는 기아차가 서비스협력사인 오토큐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정비작업장인 EV 워크베이(EV Workbay)를 설치한데 이어 지난해 오토큐와 소속 정비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전기차 정비기술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KEV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최근 독자적인 전동차 기술인증제인 전동차 마스터 인증프로그램(HMCPe)를 선보이며 전기차 전문 정비인력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브론즈, 실버, 골드 등 3단계 등급을 운영하며 실버레벨 이상부터 전기차 정비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르노자동차코리아 또한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의 하이테크 정비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전기차 스페셜리스트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수입차 대부분은 본사의 글로벌 테크니션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전기차 전담정비사와 관련장비를 갖추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를 출시와 함께 전기차 프리미엄 서비스 대중화를 위해 전체 테크니션 중 약 81%를 고전압 시스템 구성품을 수리할 수 있는 EVT 테크니션 전문교육을 마친 상태입니다.

포르쉐코리아도 전체 딜러 테크니션의 65%가 고전압을 차단한 상태에서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교육을 이수했으며 35%는 고전압 배터리의 고장진단 및 수리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전기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화된 인증제도 운영을 통해 전기차 전문 테크니션 수를 늘려 전기차 스페셜리스트(EIP) 587명, 고전압 테크니션(HVT) 122명 그리고 고전압 전문가 12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우디코리아는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전기차 정비자격(HVT)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총 24개 서비스센터에 74명의 테크니션이 고전압 시스템 차단 및 진단이 가능한 HVT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또한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통해 서비스센터의 전기차 전문인력 EQ 익스퍼트(EQ Expert)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기차가 크게 늘고 대중화하면서 기업의 전문 인력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업체의 인력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인 '전기차 전문 정비' 분야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기차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이나 사설 교육이 절대 부족하고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고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찾기 힘든데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과정부터 대학, 그리고 산업현장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전문 교육의 틀을 마련하고 시행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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