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현대차 신차 품질 업계 평균에도 못 미쳐, 1등 제네시스도 사실은 후진

  • 입력 2022.06.30 13:00
  • 수정 2022.06.30 14: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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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2022년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 결과를 2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제이디파워는 현대차 그룹 계열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1위에 오른 것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했다. 제네시스는 100대 당 불만 건수(PP100) 156점으로 렉서스(157), 캐딜락(163), BMW(165), 벤츠(189) 등을 제쳤다. 제이디파워 IQS 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초기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형 신차를 구매한 8만 4165명에게 9개 카테고리 223개 항목을 묻고 응답을 통해 얻어진 결과다. 신차뿐 아니라 내구성, 잔존가치 등 제이디파워 조사 결과는 대상이 광범위하고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믿는 미국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찾아 꼼꼼하게 살피는 자료다. 결과에 따라 신차 판매량이 달라질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1위에 오른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7년 이후 6년간 다섯 차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렉서스에 1위 자리를 내줬던 제네시스가 다시 그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IQS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제네시스 PP100은 지난해 148건에서 올해 156건으로 급증했다.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 불만이 작년보다 올해 10%가량 늘었다. 1위를 했어도 찜찜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체 평균 불만 건수가 늘기는 했지만 제네시스는 그보다 조금 낮은 덕분에 1위에 올랐다. 잘해서가 아니라 못한 정도가 덜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평균 PP100은 196건으로 대중 브랜드 175건보다 많았다. 올해 IQS에서 PP100이 가장 낮은 브랜드는 뷰익(139) 이어 닷지(143)와 쉐보레(147) 순이다. 제네시스는 전체 순위 4위에 그쳤다.

일반 브랜드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볍게 제쳤지만 기아는 156(PP100)건으로 5위, 현대차는 185건으로 산업평균(18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기록한 PP100과 비교해 기아는 9건, 현대차는 무려 36건이나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 불만이 늘었다. 특히 현대차 PP100은 전체 평균 하락치 18건의 배나 된다. 전체 33개 브랜드 가운데 PP100이 개선된 곳이 9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신차 품질이 낮아졌다고 해도 현대차는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니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1위 탈환을 두고 “미국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매우 기쁘다"라고 할 일이 아니다. 신차품질이 내구품질로 이어지고 잔존가치를 높여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와 같은 신차 품질 퇴보의 결과는 매우 심각한 일로 봐야 한다.

모델별 수상차가 최근 조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봐도 올해 부문별 수상차는 제네시스 G80, 현대차 엑센트, 기아 포르테(K3) 단 3개뿐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무려 7개 모델이 각 부문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개에 불과했던 지엠은 올해 9개로 늘었고 BMW가 5개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 그룹이 주춤한 사이 경쟁사는 약진했다.

전기차에 주력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지수도 있다. 제이디파워 2022 IQS에서 내연기관차에 대한 불만은 평균 175 PP100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던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39 PP100, 순수 전기차는 240 PP100으로 나타났다. 평균치에 반영하지 않은 테슬라의 PP100도 226건이나 됐다. 전기차가 늘면서 불만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올해 IQS 결과를 놓고 제네시스가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과시했다고 자화자찬하기보다 그룹 전체, 그리고 비중이 큰 현대차와 기아, 미래 경쟁력의 주력인 전기차에서 보이지 않게 드러난 신차 가치의 하락에 신경을 쓸 때다. 초기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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