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일본 경차 가격대 소형 전기차 등장, 현대차는 무사할까?

  • 입력 2022.06.20 15:23
  • 수정 2022.06.20 15:3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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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 최강자 토요타가 요즘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동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비난이 거세고 내연기관차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 로비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요타에 전동화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단체들은 규모에 비해 빈약한 라인업, 이 마저 시장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고 내연기관 중단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지엠, 포드 등 토요타의 글로벌 경쟁사 대부분이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완전 전동화를 언제쯤 달성할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지만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는 아직 뚜렷한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본의 전동화 전략이 느슨한 것은 아니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총 8조 엔을 투자해 전기차 차종을 30종으로 늘려 350만대를 팔겠다고 했다.

일본 빅3에 속한 닛산과 혼다도 각각 5조엔, 2조엔을 들여 전기차 수를 늘리고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 역시 내연기관차는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토요타 경영진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로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토요타는 지금도 하이브리드카를 '전동화'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태도와 인식이 일본 자동차 산업을 부진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기차의 글로벌 수요는 2030년 약 2700만 대로 보는 전망이 많다. 시장에서는 2050년 이전 전체 자동차 수요의 절반을 순수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본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에도 일본 완성차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린 이유는 우선 충전 시설을 포함한 전기차 인프라의 성장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내연기관차를 찾는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서다. 

토요타가 최근 소비자의 선택권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일본 완성차만 이런 예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업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TCO(전주기 비용)를 따지고 자신들이 독보적 기술력과 저변을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만으로도 온실 가스 배출량 감축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일본 정부, 완성차의 이런 인식과 고집은 소비자를 세뇌시켰고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본 연간 자동차 내수 규모는 2021년 기준 445만 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한 때 800만 대를 목전에 둔 적도 있지만 버블경제의 몰락과 고령 인구의 증가로 신차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일본 내수 시장의 60% 이상은 경차와 소형차가 차지한다. 수입차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 

반면 자국산 전기차가 변변치 않은 탓에 일본 전기차 시장은 수입차가 지배한다. 연간 총 판매량이 아직 2만 대 미만이지만 절반 이상을 테슬라와 벤츠 등 수입차가 점유한다. 정부와 완성차 업체의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카 맹신과 함께 수입차 위주로 형성된 전기차의 비싼 가격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일본 전기차 시장이 선진국보다 느리게 성장한 배경이 됐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를 앞 세워 호기롭게 일본에 다시 진출했지만 초기 반응이 뜨거웠던 것에 비해 이런 관심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높은 가격 탓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일본 현지 판매 가격은 보조금을 받아도 4000만 엔대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경차와 맞먹는 가격대의 순수 전기차가 나오면서 일본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리프(Leaf)로 한때 순수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닛산, 세계 첫 양산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출시한 미쓰비시가 최근 초소형 전기차를 내놨다. 지난 5월 시장에 나온 닛산 사쿠라(Sakura)와 미쓰비시 eK X EV는 일본 경차 범위에 속하는 크기에 주행 범위가 200km 미만이지만 반응이 뜨겁다. 두 모델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대당 가격이 일본의 보통 경차와 비슷한 1400만 원대,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매 가격이 2300만 원대에 불과하다. 스즈키 그리고 경차 전문 브랜드 다이하츠도 이들과 비슷한 크기와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구매 단계에서 경차와 경제성을 비교할 수 있고 유지 부담이 크지 않을 닛산 사쿠라와 미쓰비시 eK X EV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순수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하면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은차에 비해 고가의 전기차로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상 일본에서 이런 틈새를 공략하는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걸 우리도 살펴야 한다. 

우리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 거리로 경쟁하고 준중형 이상의 전기차 위주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40~50km의 운행 거리를 수용할 수 있는 경차급 전기차도 필요하다. 일본에서 이런 저가의 소형 전기차가 판을 키우면 테슬라나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같은 고가의 수입 전기차가 팔릴리 없다. 우리 시장에도 경차 모닝 가격대의 경형 전기차가 나온다면 전기차에 지원하는 보조금, 국민 세금 정부 예산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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