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불안감으로 확산하는 전기차 화재, 지금 해야할 정부와 언론의 역할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06.19 10:21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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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기차 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속으로 달리던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요금소 충격 방지대를 들이 받아 발생한 화재로 탑승자 두 명이 사망했다. 짧은 시간 화재가 확산해 800도 이상 온도가 치솟은 차량도 전소했다. 출동한 소방대가 이동용 수조를 만들어 진압을 했지만 다시 재점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완전 진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기차 화재 특성을 모두 보여준 사고였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면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글로벌 연간 2500만 대에 가깝게 팔릴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 확실하다. 글로벌 제작사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며 내연기관 생산 중지를 행동으로 옯기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더 빈번해 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인 만큼 비상 시 대처방법, 구난구조 메뉴얼 그리고 일반적인 관리 및 운영방법 등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 제작사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이번 부산 사고와 같은 전기차 화재다. 전기차 총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파손에 따른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부산 화재와 같이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는 현재 수준에서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전해질이 리튬이라는 액체로 구성돼 있어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 등으로 분리막 등이 파손되면 심각한 열적 특성이 나타난다. 이른바 열폭주다. 경우에 따라 배터리 온도가 1000도에 이르면서 골든타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해 탑승자가 탈출하기 어렵고 불을 끄는 일도 쉽지 않게 된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일반 내연기관차 화재 진화에는 평균 약 50분, 필요한 물은 약 1000ℓ 정도다. 반면 전기차는 7명의 소방대원이 8시간, 물의 양은 10만ℓ에 달한다. 미국 가정에서 약 2년 간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물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각종 실험을 통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수조에 전기차를 담그거나 단단한 배터리 모듈 벽을 뚫고 물을 넣는 방법도 실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셀 속에 특수 소화 기능을 가진 소재를 활용해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머지 않아 골든타임을 크게 늘리거나 초기 화재 진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부산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여러 언론이 선정적 경쟁을 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사고 당일부터 전기차 위험성 정도를 지적하는 동시에 막연하게 공포를 주는 부정적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기차 화재 몇 건이 필요 이상 또는 과도하게 다른 부분으로까지 연결하고 부풀리면서 판매 감소나 활성화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일부 언론은 부정적인 용어를 쓰며 공포감을 부각하고 이에 편승한 일부 전문가들이 이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면밀하게 원인과 문제점 및 대책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에 근거하며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는 언론 역할이 절실하다. 

전기차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요구된다. 전기차 효율과 특성을 올리기 위한 게임 체인저급 기술이 필요하고 아직 준비가 안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반인들에게 전기차를 운행할 경우 여름철 침수도로를 지날 때 주의할 것,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요령, 충전시 유의사항, 부산 화재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진화 요령, 평소 관리 및 운행 주의 사항도 제대로 살펴보고 숙지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 화재 뿐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 발생을 예측해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부산 전기차 화재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정부의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가 가능한 신속하게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정확한 정보가 없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난무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년 전 BMW 화재로 국민적 공포감이 커지자 국회는 물론 국토부가 나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했던 때가 떠 오른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내연기관과 비교해 많지 않다고 해도 불안감의 정도가 어느때 보다 높은 만큼 정부의 공신력있는 조사 결과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유독 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증폭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불안감이 증폭되는 특성이 강하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유사한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나 보상과 대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보급 등 근본적인 활성화 정책이나 흐름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각광을 받고 있는 때에 발생한 화재 사고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전기차의 근본적인 문제로 연결되며 산업 전체의 지속 여부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앞으로도 이번 전기차 화재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큰 그림으로 대처하고 확실하고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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