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현대차 '바이 아메리칸' 혹시나 해 보는 메르세데스 벤츠 평택 공장
[김흥식 칼럼] 현대차 '바이 아메리칸' 혹시나 해 보는 메르세데스 벤츠 평택 공장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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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을 짓고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총 10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 돈으로 13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두고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노조의 비판도 나왔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미 투자가 "미국 정부의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더 많은 액수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산 인정 기준도 오는 10월부터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이 60% 이상으로 강화한다.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이 가격이라고 봤을 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차를 미국에서 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하나 미국 정부의 강력하고 큰 범위의 전기차 보급 정책도 현지 생산을 필연적으로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조 2000억 달러(약 1500조 원) 규모의 전기차 인프라 법안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를 전기차와 같은 전동화 모델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강력한 전기차 보급 계획으로 올해 75만 대 규모로 예상하는 미국의 연간 전기차 수요는 2025년 203만 대, 2030년에는 602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전동화 전환 정책에 따라 현대차그룹에 앞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최대 완성차 지엠(GM)은 디트로이트 햄트랙공장을 ‘팩토리제로(Factory Zero)’로 이름을 바꾸고 22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바꿔버렸다.

포드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도 대규모 전기차 조립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도 향후 5년간 71억 달러를 투자해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독일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ID.4는 올해 하반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토요타도 2025년 가동 예정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2030년까지 총 34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기차 보급에 집중을 하고 있는 미국 정책 방향과 맞물려 생각해 보면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없으면 사업 자체를 이어가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인다.

해외 투자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로 몰리는 투자로 인해 국내 생산이 위축하면서 고용과 산업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2005년의 직전 연도인 2004년 대비 2021년 양사의 국내 완성차 생산은 12%, 완성차 수출액은 79%, 국내 고용은 26%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79% 상승했다. 현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효과로 관련 부품을 포함한 전체 수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은 향후 국내 부품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현지 생산 이후 국내 부품사 진출 기업이 40여 개로 늘었고 대미 수출액은 2004년 11억 7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9억 1200만 달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일이 국내 설비업체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매출도 따라 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대미 투자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현지 생산으로 전기차 판매량과 점유율을 높이면 그룹 전반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이를 국내 투자로 연결해 연관산업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 고용 창출의 효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 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144만 대까지 대폭 확대하려는 전략의 밑천도 이번 대미 투자와 같은 해외 투자의 선순환 효과에서 나온다.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가 더 활발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제도와 환경의 뒷받침이 절실해 보인다. 조지아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공장 건설에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세액 감면 등 총 2조 원 규모의 혜택을 조건 없이 제공했다. 기아가 조지아 공장을 만들 때도 4억 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런 지원으로 생산 시설을 끌어들인 조지아는 미국 주 정부 가운데 가장 선도적으로 지역 경제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조의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지아 공장 건설 추진이 단체협상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도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 긴말 필요 없이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이 어떤 이유로 거부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정책과 노조의 생각이 바뀌면 그 잘 팔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평택 공장도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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