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40 리차지 "내연기관의 성능과 전기차 효율의 절묘한 타협'"
[시승기] 볼보 XC40 리차지 "내연기관의 성능과 전기차 효율의 절묘한 타협'"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5.2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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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이 전동화 시스템에 갖는 최고의 열등감은 '열효율'이다. 엔진 연소에서 발생한 열에너지가 기계 에너지로 변환하기까지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태생적으로 두 기관 차이가 크다. 내연기관은 엔진 연소 에너지를 100%이라고 했을 때 구동계와 공기 및 구름 저항, 시동을 유지하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사용 에너지가 통상 30% 수준에 불과하다.

디젤 엔진이 이 정도고 가솔린 엔진은 30% 아래에 그치는 것들이 많다. 열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요즘 40%대를 달성한 엔진들이 등장했지만 내연기관의 한계는 50% 수준으로 볼 만큼 끌어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전기차 열효율은 60% 이상이다. 쉽게 말해 배터리와 모터 에너지의 60%가 실제 구동 에너지로 사용된다는 의미다.

전기차라고 해서 열효율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전기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배터리팩, 모터 등 시스템의 구조, 성능과 경제성 둘 중 뭘 강조할 것인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모델마다 전비, 출력과 토크 그리고 주행의 질감에서 작거나 큰 변별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보자동차 첫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Recharge)는 매우 영악한 차다.

XC40 리차지의 78kWh 고전압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거리 337km의 제원을 갖고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 20인치 타이어, 트윈 모터를 장착한 비슷한 체구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분명한 차이가 있다. 출발할 때의 주행 정보(배터리) 수치와 도착한 후 뒤끝으로 보여주는 결과의 수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원주로 방향을 잡고 출발 전 확인한 XC40 리차지 예상 주행 거리는 300km였다. 음성 비서 '아리아'가 알려준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128km, 도착했을 때 172km가 남으면 된다. 때 이른 무더위에 바깥 기온이 29도까지 올라 에어컨을 세게 틀고 달렸다. 다 알겠지만 전기차는 고속도로 전비가 더 낮고 공조장치를 켜면 더 떨어진다.

XC40 리차지도 도심 전비가 4.2km/kWh인데 비해 고속도로는 3.6km/kWh로 뚝 떨어진다. 이날 에어컨을 켜고 고속도로를 제법 빠른 속력으로 달렸으니 좋은 전비가 나올 수 없는 최악의 조건이 됐다. 쉬지 않고 목적지인 강원도 원주 치악산 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총 주행 거리는 128km, 그런데 XC40 리차지의 남은 예상 주행 거리는 190km였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제한 속도 이쪽저쪽을 넘나들며 남들처럼 달린 결과다. 이게 기술의 차이, 앞에서 얘기한 열효율의 차이다. 정해진 틀에 맞춰 측정한 인증연비보다 실전에서 더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한 비결이다. 장담하는데 원 페달 드라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전비 운전에 더 신경을 쓰면 1회 충전으로 400km는 가능하다고 본다. 도심에서는 더 긴 거리도 도전해볼 만하다.

XC40 리차지의 또 다른 특징은 자동차답다는 점이다. 매우 정숙한 럭셔리 세단을 모는 감성 그대로다. 무턱대고 조용한 것만 강조하는 여느 전기차와 다르게 달리는 맛, 놀랍도록 빠르고 분명한 섀시의 피드백, 잡아 돌릴 때 사륜 구동만이 선사는 후미 추종감이 삼삼하다. 거칠게 다뤄도 차체 놀림에 흐트러짐이 없다. 

시승을 도와준 지원자는 직접 운전하면서 "전기차가 왜 그냥 차 같냐?"라고 했을 정도다. 전기차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면서 운전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려낸 것이 XC40 리차지의 진짜 가치다. 지금 오가는 전기차 대부분은 성능을 강조하다 보니 전비가 낮아졌고, 전비를 높이기 위해 성능을 낮췄다는 '비겁한 변명'을 하고 있다. XC40 리차지는 그 합의점을 절묘하게 찾아냈다.

남은 배터리의 양으로 충분히 돌아올 수 있었지만 치악산 주차장에서 4000원어치 충전을했다. 40분이 걸렸고 예상 주행 거리는190km에서 240km로 늘어났다. 이렇게 전기차 충전은 가능한 많은 잔량을 남기고 자주 완속 충전을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40% 이상 80% 이하에서 완속 충전으로 보충하면 횟수로는 5000회, 시간으로는 20년, 거리로는 30만km 이상 배터리를 최적의 상태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전기차의 특성상 소모품 관리나 특별하거나 심각한 기계적 결함이 작기 때문에 내연기관보다 훨씬 더 길게 곁에 둘 수 있다는 얘기다. XC40 리차지와 관련해 이것저것 소개할 것은 많지만 대부분 이전에 여러 차례 소개가 된 것들이다. 그래도 다시 하고 싶은 얘기는 한국형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300억 원을 들여 TMAP 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했다. 현대차 것보다 어느 면에서 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특히 '아리아' 음성인식 기능은 명령을 알아듣고 처리하는 정확도와 빠르기에서 어떤 것과도 비교 불가다. 실내 온도, 열선 및 통풍 시트, 공조 장치 제어, 생활 정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고 누구(NUGU) 스마트홈 컨트롤까지 척척 알아듣는다. 뽕짝도 알아듣는다. 달리는 내내 지금 남아 있는 배터리로 갈 수 있는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총평] 흠을 잡자고 달려들면 실내로 들어오는 풍절음, 바닥 소음이 제법 거칠고 볼륨이 높다는 정도다.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1열 정도는 이중흡차음 유리가 필요해 보인다. 음성명령 기능이 있기는 해도 센터패시아. 센터 콘솔의 물리적 버튼을 대부분 치워놔 버렸기 때문에 유용한 시스템 접근성이 번거로운 것도 있었다. 가격은 62960만 원이다. 아 그리고 XC40 리차지에는 스타트 버튼이 없다. 시동, 아니 전원을 켜는 방법은 가까운 전시장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덧 붙일 것이 있다. 전기차의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충전소를 포함한 인프라의 확충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충전소 관리는 허술하다. 도심지와 다르게 사용자가 많지 않은 외곽 충전기는 사진처럼 흉물화하고 있다. 관리가 전혀되지 않은 흔적이 뚜렷하다. 모니터는 알아보기 힘들고 케이블 인입구에는 쓰레기와 낙엽이 가득했다. 화재나 감전이 우려될 정도다. 수 천억 원을 들여 애써 구축한 충전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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