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쏘나타 단종, 내연기관 차명 퇴출의 시작일 뿐 '전동화 희생양 1호'

  • 입력 2022.05.16 14:56
  • 수정 2022.05.16 15: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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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는 쌍용차 '코란도(KORANDO)'다. 1974년 신진지프 코란도로 시작해 동아자동차를 거쳐 쌍용차로 이어지면서 햇수로 치면 48년을 같은 차명으로 불렸다. 2005년 단종됐다가 2011년 부활될 때까지 6년여 단절된 구간이 있었지만 어쨌든 코란도는 현존하는 최장수 국산 차명이다.

참고로 세계 최장수 자동차 차명은 쉐보레 서버번(Suburban)으로 알려져 있다. 서버번은 1935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12세대에 걸쳐 진화해 왔으며 최초의 차명을 지금도 쓰고 있다. 숏보디로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타호, 그리고 GMC 유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모태가 된 전설적 모델이다.

국내에서 단절 없이 이어진 최장수 브랜드는 현대차 쏘나타다. 1985년 스텔라를 전신으로 한 '소나타(SONATA. 사진)'로 시작했다. 차명이 엉뚱하게 비화하면서 1986년 '쏘나타'로 한글명을 바꾼 이력이 있지만 지금까지 단절없이 명맥을 이어왔다. 내수 포함,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 대 이상 팔리며 37년 동안 현대차를 대표해 왔던 쏘나타 단종 얘기가 주말을 달궜다.

현대차가 2019년 나온 8세대 이후 차세대 모델 개발 계획을 잡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신차 개발에 평균 4~5년이 소요되는 주기로 봤을 때 지금 8세대를 끝으로 단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쏘나타 단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단순히 팔리지 않아서도 아니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아반떼와 그랜저, 싼타페 또 기아 모닝, 스포티지, 쏘렌토 등 길게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시대를 풍미한 내연기관 차명들이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마다 기점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2035년, 길게는 2050년 전후를 내연기관 종말의 때로 잡아 놨다.

따라서 쏘나타뿐만이 아니라 폭스바겐 파스트, 토요타 코롤라, 혼다 어코드, 포드 에스코트 등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명명한 내연기관차가 줄줄이 역사적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반면, 이런 전설적 차명들이 당장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급진적인 전동화 전환 추세에도 내연기관의 수명이 지금 전망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글로벌 완성차는 전기차 전환이 매우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추세를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다. 전기차 비중은 올해 신차 시장의 20%대를 바라볼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의 확장이 각국 정부의 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 판매 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의 규모도 커져야 한다. 연간 예산 이내에서 보조금을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전기차는 운행 단계에서도 세제와 전기료 등 보이지 않는 혜택을 받고 있다.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를 늘리는데도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이런 보조금을 무한정 제공할 수는 없다. 

국제 경제의 변동, 전력화 에너지의 수급 상황 등으로 보조금이 줄거나 혜택이 폐지되고 대중화를 위한 전기 요금 특혜가 사라지는 어느 시점의 한계가 왔을 때 전기차 산업 전체가 급격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필요로 하지 않았던 특정 소재와 자원을 무기화하거나 수급의 돌발 변수가 많다는 것도 불안한 요소다.

한편에서는 화석연료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가 먼저 고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완성차 대부분은 전기차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연기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BMW와 벤츠, 폭스바겐 등 미래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는데 탁월한 독일 완성차는 이런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동화에 전력은 하되 내연기관을 포기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완성차도 있다. 

토요타를 포함한 일본 브랜드도 전동화 시스템이 내연기관 보조 역할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토요타는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과 전동화 시스템이 병합과 상호 보조라는 공조의 형태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역시 전동화 전환 속도 역시 대내외적 상황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단종 얘기와 관련해 "전혀 검토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차 개발 주기로 보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완전 변경으로 세대를 바꾸는 신차는 몰라도 부분변경 등을 통해 쏘나타의 명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의 단종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쏘나타 전동화" 모델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이오닉 시리즈로 급진적인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살려두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도 필요하다고 봤을 때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내연기관 쏘나타가 단종된다고 해도 전기차로 쏘나타라는 차명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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