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쌍용차, 제값 받고 새 주인 만날 호기...협력사와 채권단 힘 모아 줄 때

  • 입력 2022.03.28 11:02
  • 수정 2022.03.28 11: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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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상한 대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는 없던 일이 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 대금 잔금 2743억여 원을 기한까지 예치하지 못하면서 지난 1월 체결한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 에디슨모터스는 계약 해지 사유가 자신들에게 있는 만큼 쌍용차에 지불한 계약금 304억 8000만 원도 돌려받지 못한다. 컨소시엄 주력사인 에디슨 EV 연간 매출액은 300억 원대다.

쌍용차는 즉각적으로 계약 해제를 결정하고 재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에디슨모터스가 2743억여 원이라는 잔금을 기한 내 내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던 업계도 결과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실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매각과 같이 그동안 거론돼 왔던 편법이 아니고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수 천억대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투자 계약 무산으로 쌍용차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일각에서 회생 전망이 더 어두워졌고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례적인 건 인수인에 아무 미련 없이 미적 거리지 않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쌍용차 대응이 매우 빠르다는 사실이다. 쌍용차는 즉각 계약 해제 사실을 알리고 새로운 인수자 물색, 재매각 추진,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신속하게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외부 시선과 함께 사실 쌍용차 내부에서조차 탐탁하게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수 기업의 규모 차이는 제쳐두고 지금 평택 공장을 매각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자금 동원 능력이 우선 의심을 받았다. 쌍용차를 전기차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고 자기네들 기술로 코란도 이모션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얘기를 믿는 사람도 없었다. 

오죽하면 쌍용차 노조가 에디슨 EV를 둘러보고 "전기차 관련 기술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여러 검증 결과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을까. 차라리 잘 됐다며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계약 해제를 미련 없이 밀어붙인 건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재매각 여건이 지난해 6월 M&A 절차를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 기업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 쌍용차를 인수해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봤던 신차와 전기차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J100은 예정대로 6월 말 출시가 확실해졌고 친환경차 전환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 U100 출시가 가능해졌다. 기존 라인업 인기도 꾸준해 현재 미출고 물량이 1만 3000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2교대 가동이 시급한 정도로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고 판매와 신차 일정까지 빈틈없이 돌아가면서 쌍용차는 '독자 회생'도 가능해 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쌍용차는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 벌이고 있는 CKD 사업이 올해 1월 현지 공장 착공으로 오는 2023년 연간 3만대 규모 수출이라는 안정적인 물량도 확보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조 4000억 원대에 달하는 쌍용차가 고작 3000억 원대라는 헐값에 팔릴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기업 가치 상승으로 쌍용차 몸값은 완전 정상화에 필요한 7000억 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전 세계 완성차 공급량이 절대 부족해지면서 해외 유수의 기업이 쌍용차 미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 관리인도 “경영여건 개선이 회사 미래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임직원과 채권단 그리고 협력사까지 제대로 된 새 주인을 만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쌍용차에 힘을 모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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