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90km, 2시간 40분 헤집은 '혼다 CR-V 하이브리드' 거짓말 같은 연비

  • 입력 2022.03.07 10:20
  • 수정 2022.03.10 09: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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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참 어수선하게 오시나 보다. 지구 한쪽은 애먼 사람들이 전쟁 공포에 떨고 있고 우리나라는 동쪽 여기저기 산불로 온 국민이 애를 끓고 있다. 미치광이가 일으킨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자 장바구니 물가도 오르고 있단다. 지난 주 1700원 대를 넘지 않았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오늘 아침 출근길 187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동차는 애물단지가 됐다. 코로나 19가 아니라면 이런 고유가 시대 당연히 대중교통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ℓ당 1800원이나 하는 휘발유라도 아껴 쓰는 방법 말고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새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깐깐하게 연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비가 탁월한 디젤차는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이제 살 차도 마뜩잖아서인지 하이브리드카로 수요가 몰린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등록 자동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카가 100만 대에 근접했다. 월간 판매량에서는 이미 디젤차 점유율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이런 일이 수입차 시장에서도 벌어졌다.

수입차협회 2월 판매 동향 자료를 보면 총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은 26.6%로 이제 16.1%로 쪼그라든 디젤을 압도했다. 일본이 지배했던 하이브리드카가 유럽과 미국으로 다양화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2월 하이브리드 총판매량 5184대 가운데 일본산은 1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이 땅에 하이브리드를 전파한 토요타 위세도 예전 같지 않다. 같은 통계에서 2월 토요타 판매량은 279대, 혼다는 256대를 팔았다. 작년 혼다가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드를 들여 오면서 격차가 확 줄었다. 수입 하이브리드 경쟁이 일본과 독일, 토요타와 혼다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같은 차종, 같은 급, 같은 모델에서 월등한 연료 효율성을 갖고 있어서다.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도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같은 모델이라면 하이브리드형을 선택하는 일이 많아졌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로 가혹하게 서울 도심 주행에 도전한 건 왜 그런 선택이 필요한지 입증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며칠째 이어졌던 영하권 날씨가 봄바람에 밀려난 날 오후, 혼다 CR-V 하이브리드가 가혹한 도심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 구간은 수도권 외곽, 서울에서도 악명 높은 도로를 잡았다. 경기도 군포를 출발, 서부간선도로(지하도로 제외), 연세대 앞길에서 광화문, 약수역에서 동호대교를 건너 김포공항 방면으로 올림픽대로를 타고 여의도, 방향을 돌려 다시 잠실 방면으로 올림픽대로를 달려 미사 IC로 들어와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다.

예상 시간은 최소 3시간, 최대 4시간으로 잡았는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차량 정체가 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90km 거리를 논스톱으로 달리는데 2시간 40분이 걸렸다. 평소와 비교하면 교통상황이 꽤 원활했던가 보다. 미사 조정경기장에서 확인한 CR-V 하이브리드 주행 정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다.

[배기량(CR-V 1993cc)이 같은 가솔린 세단을 몰고 다닌 적이 있다. 연료 아끼겠다고 기를 쓰고 다녔는데도 서울 도심에서는 10km/ℓ를 넘지 못했다. 배기량이 다르지만 지금 타는 디젤차 서울 도심 평균 연비는 8km/ℓ대에 늘 머물러 있다. 가다서다가 반복하는 도심에서 연비가 뚝 떨어지는 건 순수 내연기관차 숙명이다]

이날 서울 도심 90km를 헤집고 다닌 혼다 CR-V 하이브리드 최종 평균 연비는 22.7km/ℓ였다. 다시 얘기하는데 22.7km/ℓ다. 앞서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배기량 1580cc)는 800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무박 시승에서 22.1km/ℓ를 기록했었다. 그때는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가 위주였다. 적지 않은 배기량 차이에도 하이브리드카 연료 효율성이 도심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일부 디젤차와 경쟁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내연기관으로는 어떤 차급과 차종도 하이브리드 도심 연비를 넘어설 수 없다. 혼다 CR-V 복합 연비는 14.5km/ℓ(도심 15.3/고속 13.6)다. 이 평범한 수치가 실제 주행에서 확 달라지는 건 i-MMD로 불리는 독특한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효과다. 이제 3세대로 진화한 i-MMD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일반적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발진, 가속, 경사로와 같은 특정 주행 상황에서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는 감속과 제동 에너지로 채운다. i-MMD는 모터를 주동력으로 한다. 발진, 가속, 경사로에서 필요한 힘을 엔진이 거든다. 2개 모터를 탑재해 하나는 구동력, 하나는 배터리 충전으로 역할을 나눴다. 시스템 총 출력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카보다 높은 215마력, 모터 최대 토크(32.1kg.m)가 엔진 회전수 '0'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도 이 덕분이다.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 성능을 내연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만들어놨고 따라서 CR-V 하이브리드 주행 특성은 고분고분하지 않다. 발진과 가속이 민첩하고 속력이 상승하는 맛도 남다르다. 운전하는 재미가 하이브리드카에서 쏟아져 나온다. 요즘 수입차 경쟁에서 맞수 토요타를 근소한 차로 맹추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주행 특성과 효율성 덕분인가보다.

[총평] 생김새가 어떻고 실내가 어떻고 하는 얘기는 생략한다. 많이 소개가 된 것도 있고 솔직히 겉이나 속 모두 같은 체구를 가진 요즘 SUV와 비교가 되는 만큼 초점이 다를 수 있다. 이것 보다는 정부가 하이브리드카 지원을 축소하고 최종적으로 폐지 방침을 굳히면서 "사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가 보다. 같은 모델 순수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가격 차이가 존재해서다. 보조금 또는 혜택이 줄면 가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심 주행이 다반사라면 그런 고민 할 필요 없다. 연료비 반값이면 된다는 걸 서울 도심 90km를 2시간 40분 달려 보여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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