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완성차 인증 중고차가 100만 명의 생계를 위협한다?

  • 입력 2022.01.24 13: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완성차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면 일자리가 사라져 10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KBS가 지난 23일,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전국 종사자와 그 가족 100만 명이 생계를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 말을 전했다.

완성차 업계는 작년 12월, 2022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후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심의 절차와 같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완성차 업계는 법이 결정하는 대로 따를 계획이다.

어떤 결정이 나오고 완성차가 요구한 대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KBS 보도에는 편협한 시선과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우선은 현재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100만 명이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업장은 6300여 곳이다. 종사자 수는 약 2만 8000여 명, 따라서 가구당 가구원 수를 4명으로 잡아도 10만 명 수준이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100만 명이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중고차 시장을 영세업종으로 보고 완성차가 골목 상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인식도 편협한 것이다. 이미 중고차 시장에는 국내 대기업이 다수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고차 물량 대부분은 K-car와 헤이딜러, SK엔카와 같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대부분은 이들 대기업을 거쳐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당사자간 거래로 이뤄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51만여 대로 이 가운데 약 55%가 당사자간 거래고 매매사업자를 통한 거래는 45%다. 당사자간 거래가 전체 절반을 차지하는 이유는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 제값을 받을 뿐 아니라 허위나 낚시 매물, 그리고 사고 이력을 속이고 성능점검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시장 점유율이 높고 인기가 많은 수입 중고차 대부분은 브랜드 직영 인증사업을 통해 거래된다. 연간 신차 판매량 기준으로도 국내 마이너 완성차보다 규모가 큰데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인증 중고차 전용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이 중고차 사업을 하고 수입사도 제한을 받지 않는 마당에 국내 완성차 발목만 붙잡고 있다. 역차별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 대다수는 완성차 업체 중고차 진출을 반대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중고차를 구매할 방법이 있다면 앞에서 얘기한 당사자간 거래도 크게 줄 수 있다. 완성차가 연간 중고차 거래량을 일정 물량으로 제한하겠다고 나선 만큼 시장 신뢰를 쌓으면 오히려 매매사업자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업을 무조건 약자의 시선으로 볼일도 아니다. 어느 선진국도 완성차 중고차 사업을 막는 곳도 없다. 또한 소비자들이 중고차 거래에 필요한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면서까지 당사자 거래를 선호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완성차가 끊임없이 중고차 매매업계와 상생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근거 없는 과장과 편협한 시선으로 완성차 중고차 사업 진출을 막고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