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세계 7위 시장, 순수 전기차 하나 없는 일본은 살아 남을까?

  • 입력 2022.01.10 13: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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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브랜드는 리막(RIMAC)이다. 리비안, 루시드, 카누, 피스커 등 생소한 신생 업체가 줄지어 세상에 나왔지만 리막은 단연 독보적이다. 자동차를 만들 것 같지 않은 크로아티아를 근거지로 한 하이퍼 전기차 제작사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앞다퉈 투자를 하고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을 정도로 기업 가치가 높다. 

현대차도 투자했다. 앞으로 나올 고성능 전기차 N 시리즈에 리막이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하이라이트는 작년 7월 세계 최정상급 하이퍼카 브랜드 부가티 지분 55%를 리막이 사들인 일이다. 포르쉐가 45% 지분을 갖고 합류해 작년 11월 설립을 공식화한 ‘부가티-리막(Bugatti-Rimac)’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초고성능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막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설립자이자 CEO 메이트 리막은 “지난 몇 년간 한국 슈퍼카 및 하이퍼카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해 왔으며 고성능차 시장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왜 오려는지 이유를 말했다. 정확한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리막이 오면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중요한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리막에 앞서 스웨덴 폴스타도 진출을 선언,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팔리는 전기차 대수만큼 브랜드와 모델 수가 급증했다. 현재 팔고 있는 전기차는 국산 7종, 수입차가 20여 종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3배 이상 큰 일본에서 팔리는 전기차는 수입차를 합쳐봐야 10여 종에 불과하다. 연간 수요는 1만 5000대가량으로 내수 시장 점유율이 0.3%에 그친다.

작년 우리나라 전기차 판매량은 국산차 기준 7만 3534대를 기록했다. 국산차 총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섰고 국가별 순위로 보면 세계 7위 시장이다. 비교할 대상이 아닌 중국을 빼고 보면 아시아 최대 시장이고 따라서 리막과 같은 신생 업체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더 주목할 건 수입 전기차다. 작년 판매량이 테슬라를 합쳐 2만 3000대를 넘겼다. 수입차 총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점유율이 국산차를 압도하는 7%나 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맞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중심으로 전기 신차가 빠르게 늘었고 포르쉐, 재규어, 볼보도 제품군 확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프와 미니, 푸조, 포드 등도 순수 전기차를 투입했고 올해 추가할 계획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자국 전기차 시장 만큼 조용하다. 미쓰비시 i-MiEV, 닛산 리프로 전기차 시장을 가장 먼저 두드렸던 일본이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없다. 전기차에 회의적이었던 토요타가 2025년 15개 전기 신차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겨우 독자 전기차 bZ4X 그리고 스바루와 공동 개발하겠다고 말한 쏠테라(SOLTERRA)가 존재를 알렸을 뿐이다.

닛산 리프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본산 전기차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유럽과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13%, 미국은 3%를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전기차 판매 순위 목록에는 닛산 리프만 간헐적으로 등장할 뿐 일본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 EV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본격 판매를 앞둔 아이오닉 5와 EV6가 연일 등장하는 것과 대비가 된다. 

전기차 변화에 일본 브랜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늘고 있고 강점이 있다"며 크게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그의 말대로 작년 국내 하이브리드카는 7만3000여 대를 팔아 역대 가장 높은 26%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독일 브랜드가 단순 볼륨을 높이려고 전기차 확장에 나선 것으로 봤다면 오판이다. 전기차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와 함께 브랜드 기술력, 혁신성과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내연기관을 묵은 기술로 본다는 것이고 하이브리드도 이 범주에 속한다. 더욱이 한국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시아 최대, 세계 7위 전기차 시장이다. 이런 시장 소비자가 전기차 한 대 없는 토요타와 혼다를 어떻게 바라볼 것 같은가. 여기에 일본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등 첨단화에 인색하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그렇게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한 일본 브랜드 임원이 "전기차는 될 수도 없고 될 것 같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 대비 환경, 비용,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 인프라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 후 전기차 대중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불과 2년 후인 지금 그런 세상이 왔다. 세상 전부를 바라볼 것 없이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한 대 없는 일본산 자동차 입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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