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왕조가 남긴 유산, 이란에 가면 '벤츠도 못 사는 벤츠'가 있다.

  • 입력 2021.12.09 10: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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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독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규모뿐 아니라 세계 첫 디젤 엔진을 탑재한 칼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역사가 정연하게 전시된 것으로 유명하다. 1800년대 후반부터 최근, 더 나아가 곧 오게 될 벤츠 미래도 이곳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유산에 집착하는 기업답게 벤츠는 박물관에 전시할 대단한 물건을 찾는 일에 많은 공을 들이고 필요한 것을 사들이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유산도 있다.

이란에는 옛 왕조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이슬람혁명재단(Mostazafan)이 운영하는 박물관, 일명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재단(CIM)'은 1995년 설립해 여러 유물을 전시하는데 대부분이 1979년 민중혁명으로 몰락한 '모하마드 리자 샤 팔레비' 전 왕조로부터 압수한 것들이다. 이 곳에 전시된 그림, 식기류와 보석, 옷, 도자기, 샹들리에, 무기 등 온갖 사치품 대부분이 1979년 이전 것들이어서 왕조니 유물이니 하는 표현이 무색하기는 하다. 

메르세데스 500K 아우토반 쿠리에

박물관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 자동차 전시관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거액을 제시하고도 거절당한 1934년산 메르세데스 500K 아우토반 쿠리에(Autobahn Kurie)가 있다. 벤츠는 이 차를 사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박물관은 매번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500K 최근 경매가는 145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500K 아우토반 쿠리에가 전시된 장소라고 한다.

1934년 생산을 시작한 메르세데스 벤츠 500K가 지금 제법 남아있는데도 아우토반 쿠리에가 더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있다. 500K 아우토반 쿠리에는 2차 세계대전 전범 아돌프 히틀러가 팔라비 왕조 환심을 사기 위해 특별 제작한 모델이다. 박물관 전시 이전까지는 존재한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500K 아우토반 쿠리에가 일반차와 어떻게 다른지 관련 자료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다. 

알려진 사실은 벤츠가 500K 아우토반 쿠레에를 단 6대만 만들었고 이 가운데 5대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모두 사라졌다는 것 정도다. 이 때문에 단 한대만 남아있는 희소성이 가격을 추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혁명으로 몰아낸 왕조 전리품이라는 특수성으로 벤츠도 사지 못하는 벤츠가 됐다. 

벤츠 500K 로드스터

아우토반 쿠리에 기반이 된 벤츠 500K(W29)는 1934년 첫 출시된 모델로 운전이 편하고 승차감이 뛰어나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화려한 외관으로 상류층이 선호했던 500K는 직렬 5기통 파워트레인으로 최고 160마력을 발휘했다. 세단과 컨버터블, 로드스터 등 다양한 형태로 800여 대가 생산됐지만 전쟁 때문에 몇 대 남아있지 않은 희소성으로 지금은 경매 시장에서 대당 수 십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이란 CIM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500K 이상 가치가 있는 클래식카가 많이 전시돼 있다.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웠던 근대 왕조답게 황금 범퍼가 달린 1930년 피어스 애로우 모델 A, 1922년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와 세계 유일 방탄 팬텀4 그리고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포르쉐, 캐딜락, 재규어 같은 브랜드의 1978년 이전 모델 55대가 전시됐다. 그러나 아직도 수 백대 자동차가 창고에서 복원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더 희귀한 클래식카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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