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9. 고가 배터리, 10년 후 다 교체해야 하나요?

사용 패턴과 충전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의외로 긴 편...무상보증 기간 끝나도 일정 성능 유지

  • 입력 2021.12.02 08:01
  • 수정 2021.12.02 08:02
  • 기자명 류청희 칼럼리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어느 시점 이후로는 배터리가 방전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분명히 100% 충전을 했는데도 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진다. 소프트웨어적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주지만,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2년 정도에 한 번씩 교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터리 성능 저하다. 태블릿도 비슷한데, 탈착식 배터리가 아니라 내장형 배터리를 쓰는 경우에는 거의 그렇다.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널리 알려진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그런데 전기차 구동용 배터리도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다. 그래서 한편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도 모바일 기기처럼 짧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50~100kWh로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팩 전체를 교체할 때 드는 비용은 무척 부담스러운 수준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배터리 값이 걱정할 만큼 비싼 것은 사실이다. 블룸버그NEF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 값은 꾸준히 내렸다. 배터리 팩 기준으로 2010년에는 1,200달러/kWh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137달러/kWh로 약 89% 내렸다. 그러나 2018년에 181달러/kWh로 100달러대에 진입한 이후로는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가격 흐름을 놓고 보더라도, 2020년 기준으로 50kWh 배터리 팩의 값은 우리돈으로 약 744만 원, 100kWh 배터리 팩은 약 1488만 원에 이른다(2020년 평균 환율 1,086원/달러 기준). 교체 과정의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적어도 800만 원 이상을 들여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S21의 배터리를 공임 포함해 4만 원이 넘지 않는 비용으로 교체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비용은 어마어마하지만, 스마트폰 배터리보다는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비용은 어마어마하지만, 스마트폰 배터리보다는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다

물론 특성이 거의 같은 만큼, 전기차나 모바일 기기 모두 오래 쓰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충전과 방전을 얼마나 가혹하게 하느냐가 수명에 영향을 주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하더라도, 전기차와 모바일 기기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사용 환경과 패턴도 다르고, 전기차의 시스템은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것보다 더 영리하게 배터리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해도, 사용 패턴은 모바일 기기가 전기차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스마트폰은 보통 일상에서 수시로 꺼내어 사용한다. 특히 게임이나 영상 시청 등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스마트폰은 전기 에너지를 꾸준하게 많이 쓴다. 아울러 스마트폰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급속충전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여러모로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기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전기차를 급속충전하는 경우는 스마트폰만큼 잦지는 않다
전기차를 급속충전하는 일은 스마트폰만큼 잦지는 않다

전기차는 사정이 다르다. 여객이나 화물 운송에 쓰이는 택시, 버스, 트럭 등을 제외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주행 상태일 때보다 주차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매일같이 서킷에서 전력질주하거나 일반 도로에서 급가속을 밥먹듯 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배터리 방전이 가혹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충전 환경에 따라서는 완속 충전보다 급속 충전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전반적 배터리 충방전 패턴은 스마트폰 만큼 가혹하지는 않다.

그러나 주로 사람이 휴대하며 쓰는 모바일 기기에 비하면, 전기차는 훨씬 더 변화가 큰 환경에 노출된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전기차 배터리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도 알맞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특히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열 관리 시스템, 충전과 방전을 제어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이 배터리를 최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가장 큰 차이는 전기차 배터리가 수많은 개별 셀을 모아놓았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앞서 다른 연재 기사에서도 이야기했듯,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개별 셀 또는 모듈 단위로 상태를 확인하고 충방전 정도, 온도 등을 조절한다. 그래야 전체 배터리 팩이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 2차 전지인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테슬라 차들에는 이와 같은 범용 2차 전지가 수천 개씩 들어간다
범용 2차 전지인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테슬라 차들에는 이와 같은 범용 2차 전지가 수천 개씩 들어간다

모바일 기기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배터리를 이루는 셀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몇 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하드웨어적으로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전기차에 비하면 훨씬 더 단순하다. 물론 전기차처럼 대대적인 규모의 하드웨어로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를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 업체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모바일 기기의 핵심인 휴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특성 차이 때문에,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은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더 길다. 이는 주요 브랜드 전기차의 보증기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전기차 제조회사는 보증기간에 구동용 배터리 충전 전력량의 7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장한다. 즉 보증기간 내에 배터리 성능이 30%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기준을 충족하는 보증기간은 대개 8년/16만 km고, 일부 업체는 10년/20만 km 혹은 그 이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요 브랜드 전기차 구동용 배터리 보증 기간
주요 브랜드 전기차 구동용 배터리 보증 기간

물론 보증기간이 곧 배터리 수명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사례에서는 누적 주행거리가 30만 km를 넘었는데도 배터리 성능이 초기 출고 때의 80% 이상을 유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고로 폐차하지 않는 한, 잘 관리하면 적어도 수십 만 km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배터리 팩이나 차를 바꾸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