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반도체 먹는 하마 자동차" 달리고 서고, 보고 듣는 모든 시스템 제어

  • 입력 2021.11.19 11:39
  • 수정 2021.11.19 11: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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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제작사 모두 예외 없는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반도체 부족으로 30%가량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이런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코로나 19 관련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도 있고, 비대면 시대 개인화 경향으로 다른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것입니다.

옵션을 들어내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가장 속이 끓는 건 계약을 하고도 길게는 반년 또는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죠. 이러다 보니 도대체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IT 기기도 아닌 자동차와 반도체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반도체를 그냥 사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첨단 IT 기기와 다르지 않은 전자 제품화한 것은 오래전 시작된 일입니다. 덩치를 보면 반도체 먹는 하마라고 봐도 좋을 만큼 보통은 300개, 많게는 400개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첨단 사양을 자랑하는 자동차일수록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합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또 특성상 가정용 반도체와 다른 내구성을 필요로 합니다. 고정 사용하는 가전제품, 손에 꼭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다르게 험한 환경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거친 노면을 달리고 함부로 다뤄도 15년 이상을 버티는 내구성을 갖춰야 하고 극한의 기후와 습도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자동차에서 어떤 쓰임새가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시동을 걸고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고 그 회전력을 전달하고 필요한 때 속력을 내 거나 감속하고 멈춰서는 모든 동력계를 통제하는 시스템 제어 유닛에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물론 기계식 제어에 의존했던 과거에는 반도체가 필요없었죠.

이뿐만이 아니죠. 오디오를 듣고 음성 명령을 내리고 비가 오면 알아서 작동하는 와이퍼, 후진할 때 도움이 되는 후방 카메라, 핸즈프리 통화를 하고 설정된 온도에 맞춰 에어컨, 히터가 작동하는 것도 반도체가 없으면 사용을 못합니다. 미국 지엠(GM)이 반도체를 다른 사양 용도로 쓰기 위해 열선 시트와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을 들어내기로 한 것처럼, 반도체는 자동차가 움직이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 기능을 작동하고 제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좀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주행 중 수도 없이 반복해 밟는 ABS 브레이크, 엔진 회전수에 맞춰 변속을 해주고 운전 패턴과 주행 환경에 맞춰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일 모두가 마이크로 컨트롤러(MCU)와 전력 반도체, 센서 등이 자동차 구성하는 각종 기계와 전자부품을 연결하고 제어하는데 반도체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한 마디로 반도체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거나 안전과 효율성도 확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차량 주변에 장애물이 있다고 알려주는 초음파 센서, 동승석에 누가 탔는데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경고,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듣는 일도 다 반도체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미래 자동차 3대 트렌드로 얘기하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기차는 특히 첨단 시스템 사양이 급증하면서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 확실합니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는 초음파,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등 20여 개 이상 센서와 고정밀 GPS, 외부 통신, 증강현실 등 핵심 기술과 주변 기술 융합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수도  크게 늘어나겠지요. 많게는 1000개 이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계십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전부터 있었는데도 이런 사태가 빚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것보다 내구성 조건이 까다롭고 자동차가 요구하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까다로운 표준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설계와 개발 그리고 양산까지 5년 이상이 걸리고 또 한 번 만들어 자동차에 공급하기 시작하면 30년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책임도 져야 합니다. 수요가 있고 사업성이 있다고 해도 누구나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죠.

설계와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개발과 생산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 대부분이 기피하는 제품이라고도 합니다. 현대차 그룹이 반도체 내재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정확한 수요 예측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시스템 반도체라는 것도 브랜드마다 정도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 국지적 재해로 전 세계 생산 시설이 동시에 멈춰서는 걸 경험하면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비축량을 늘린 덕분에 상대적으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영향을 덜 받고 있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생산량 목표를 한때 낮췄던 토요타가 당초 계획대로 900만대를 달성하겠다고 재차 선언한 것도 최근 말레이시아 등 주요 공급처 정상화로 반도체 수급에 자신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쓰임새는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시장 분석가들이 반도체 부족이 11월 말부터 서서히 풀릴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재미없는 시장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외면해왔던 차량용 반도체는 향후 전체 반도체 점유율이 10% 이상 성장해 시장 규모가 2020년 380억 달러에서 2026년 676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량용 AI 반도체와 고정밀 센서, 액추에이터 구동 반도체와 차량 내 통신, V2X, 전기차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필요한 비싼 반도체가 필요해 질 겁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처럼 우리도 국가적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관리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이미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분야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연계해 내재화를 추진하고 관련 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반도체 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차량용 반도체때문에 요소수 대란과 같은 수모를 또 겪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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