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5. 내연기관 차보다 성능이 뛰어난가?

절대적 비교는 어렵지만 동력 특성 때문에 전기차가 우수한 점도 있기는 하다.

  • 입력 2021.11.19 08:16
  • 수정 2021.12.01 01:43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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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성능 비교는 애호가를 자극하는 영원한 '떡밥' 중 하나다. 이들에게는 가속능력과 최고속도가 자동차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수치다. 요즘에는 전기차 저변이 넓어지면서 내연기관 차와 성능을 비교하는 일에도 많은 이가 관심을 갖는다. 

테슬라 등장 이후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전기차의 가속 비교가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테슬라 등장 이후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전기차의 가속 비교가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한 이후, 고성능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테슬라 모델이 벌이는 드래그 레이스가 종종 화제가 됐다. 전기차나 테슬라 차가 우수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촬영해 공유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유명인이나 전문가들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한 콘텐츠도 있다. 지난 6월, 자동차 애호가로 유명한 미국 코미디언 제이 레노가 전기차로 1/4마일 가속 기록을 세운 것이 좋은 예다.

그는 정식 드래그 레이스 경주장에서 테슬라의 최신 모델인 모델 S 플레드로 9.247초 만에 1/4마일 지점을 통과했다. 과거 부가티 시론으로 자신이 냈던 기록보다 1초 이상 짧았다. 그가 세운 기록은 5분 만에 테슬라가 고용한 전문 드라이버에 의해 다시 깨졌다. 전문 드라이버 기록은 9.234초로 테슬라가 발표한 공식 자료 9.23초와 거의 비슷했다.

테슬라 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도 가속 비교에서 내연기관 차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세단이나 SUV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가속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동력원 특성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동력원 토크 특성에 따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엔진은 큰 토크를 내는 회전영역이 전체 중후반을 차지한다. 물론 터보차저를 단 다운사이징 엔진에서는 비교적 낮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이는 효율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최대토크 영역을 끌어내린 결과다. 자연흡기 엔진이나 고전적인 설계를 가진 터보 엔진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회전영역대 중반을 넘어가야 최대토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성능 스포츠카에 쓰이는 자연흡기 엔진에서는 상당히 높은 회전영역에 이르러야 최대토크가 나온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토크-출력 곡선 예. 토크가 특정 회전영역에서 높게 나온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토크-출력 곡선 예. 토크가 특정 회전영역에서 높게 나온다

전기차에 쓰이는 구동용 전기 모터는 대부분 회전수가 낮을 때 높은 토크를 낸다. 전기 모터 대부분이 그와 같은 토크 특성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 PMSM)는 대부분 그렇다. 교류 모터 일종인 PMSM은 이론적으로 회전을 시작할 때부터 특정 회전영역에 이를 때까지 최대 토크를 고르게 낸다.

영구자석 동기 모터의 토크-출력 곡선 예. 낮은 회전수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꾸준히 이어지다가 고회전으로 갈수록 토크가 약해진다
영구자석 동기 모터의 토크-출력 곡선 예. 낮은 회전수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꾸준히 이어지다가 고회전으로 갈수록 토크가 약해진다

이와 같은 토크 특성 차이는 가속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내연기관 차는 엔진 회전수가 최대토크 영역에 이를 때까지는 가속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충분한 가속력을 얻을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전기차는 전기 모터가 회전을 시작하자마자 최대토크를 내므로 출발 직후부터 뛰어난 가속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변속기 영향도 크다. 내연기관 차는 폭넓은 속도 영역에서 엔진 토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단으로 구성한 기어 구조를 갖춘 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변속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토크가 바퀴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다. 2단 또는 3단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차들이 많은 만큼, 아주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가속하는 도중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동력 전달이 끊어지는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변속기 내부 여러 기계 부품을 거치며 생기는 물리적인 동력 손실도 있다.

고성능 세단에 쓰이는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복잡한 기계 구조에서도 동력손실이 생긴다
고성능 세단에 쓰이는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복잡한 기계 구조에서도 동력손실이 생긴다

그러나 전기차는 동력전달 계통이 내연기관 차보다 단순하다. 대부분 전기차는 간단한 감속 기어만 있고, 포르쉐 타이칸 등 몇몇 차에만 2단 변속 감속 기어를 쓴다. 이는 전기 모터 회전력이 큰 손실없이 바퀴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나아가 변속 과정 동력 전달 차단 현상이나 부품에 의한 물리적 손실도 거의 없다. 따라서 동력 전달 효율 관점에서는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가 더 뛰어나다.

고속 영역이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내연기관 차는 변속기 덕분에 고속에서도 엔진 최대토크 영역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 전기 모터는 특정 회전수보다 회전수가 높아지면 토크가 뚝 떨어진다. 물론 토크가 낮아지더라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출력은 고르게 유지된다. 그러나 낮아지는 토크 때문에 가속 반응이 뚜렷하게 둔해진다.

전기차의 동력전달장치는 내연기관 차보다 단순해 동력손실이 적고 반응이 빠르다
전기차의 동력전달장치는 내연기관 차보다 단순해 동력손실이 적고 반응이 빠르다

물론 가속을 계속하는 상황이라면 어느쪽이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커지는 공기저항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웬만큼 속도가 높아진 뒤에는 차이를 뚜렷하게 느끼기 어렵다. 나아가 일반 도로에서는 그런 차이를 느낄 만큼 속도를 높이려면 법규가 정해 놓은 제한속도를 넘어서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초반 가속 능력이 내연기관 차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력원 특성 차이를 고려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 성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터보프롭 엔진을 단 비행기와 제트 엔진을 단 비행기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한 관심이나 재미 그 이상은 의미가 없는 비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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