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3. 배터리 혹은 모터?, 전체 시스템 균형 성능 좌우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전체 시스템 조화와 균형 필요...소프트웨어도 성능에 기여

  • 입력 2021.11.13 09:34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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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고,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결정하는 건 복잡한 문제다. 제한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원칙은 있다. 자동차 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차의 전반적 운동 특성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한다는 것이다.

그 원칙 안에서 가장 단순한 성능 향상 방법은 엔진 출력을 높이는 것이다. 크기와 무게가 비슷하다면, 출력이 높은 엔진을 얹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차가 달리기 위해 필요한 동력은 엔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의 엔진. 내연기관 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엔진이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의 엔진. 내연기관 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엔진이다

물론 엔진만 놓고 보더라도 출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같은 실린더 블록을 쓰면서 출력이나 작동 특성이 다른 여러 엔진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엔진 이외의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여전히 강력한 엔진이 강력한 성능의 원동력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어떨까? 내연기관 차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도 있다. 비슷한 면으로는 대표적으로 출력이 전반적 운동 특성의 균형을 고려해 정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사실 동력원의 종류와 상관없는 자동차의 공통적 설계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보쉬의 통합형 전기차 구동장치. 모터도 전기차의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
보쉬의 통합형 전기차 구동장치. 모터도 전기차의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기차의 성능은 전기 모터의 출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구동 시스템의 종합적인 특성이 차의 성능을 좌우한다. 물론 전기 모터도 중요하지만, 배터리를 비롯한 다른 요소들도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성능에 영향을 준다. 아울러 소프트웨어가 성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도 내연기관 차와의 차이점 중 하나다.

전기차에서 바퀴를 구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전기 모터 즉 구동용 모터다. 모터도 작동 원리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고, 종류가 같아도 크기와 구조에 따라 성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대개 같은 구조의 모터라면 크기가 클수록 출력이 높다. 그러나 모터의 크기가 클수록 무게도 무거워지므로, 성능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큰 모터를 달 수는 없다. 그래서 모터를 선택할 때에는 차의 종류와 크기, 용도를 고려해 즉 모터의 출력과 함께 부피와 무게도 알맞게 맞춘다.

고성능 전기차인 리막 콘셉트 원의 배터리 팩. 전기차에서는 모터보다 배터리가 더 중요하다
고성능 전기차인 리막 콘셉트 원의 배터리 팩. 전기차에서는 모터보다 배터리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모터 자체의 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터리로부터 전달되는 전기 에너지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배터리 출력에 따라 모터 출력도 달라진다. 즉 배터리가 전기 에너지를 많이 그리고 빨리 모터에 공급할수록 전기차의 성능이 좋아진다. 이는 배터리 자체는 물론이고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과 통합 전력 제어 시스템(IPMS)도 중요한 이유다.

테슬라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미 출고된 차의 주행 가능 거리나 성능을 개선한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는 배터리에서 나온 전기 에너지가 모터로 전달되는 과정 전반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고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서 가능하다. 같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성능을 높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스마트폰이나 PC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의 하체. 테슬라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전기차 성능에 소프트웨어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슬라 모델 S의 하체. 테슬라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전기차 성능에 소프트웨어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배터리라는 하드웨어 자체도 중요하다. 배터리는 화학반응에 의해 충전과 방전이 이루어지는데,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전기 에너지가 드나들면 배터리가 뜨거워지기도 하고 배터리 내부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급속 충전을 자주하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같은 이유로 급속 방전도 배터리에 악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BMS와 IPMS가 억제할 수 있다. 이들은 배터리 특성이 나빠지지 않는 한계 안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많은 전기 에너지를 모터로 보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로 전기 흐름을 제어한다. 테슬라의 '루디크러스 모드'나 포르쉐 타이칸의 오버부스트 기능이 좋은 예다. 이 기능들은 배터리가 내보내는 전기 에너지의 양과 속도를 극대화하도록 소프트웨어로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터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짧은 시간만 쓰게 만드는 것이다.

포뮬러 E 경주차. 냉각 시스템을 비롯해 전기차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척 많다
포뮬러 E 경주차. 냉각 시스템을 비롯해 전기차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척 많다

아울러 내연기관 차처럼 전기차도 고성능을 내려면 냉각 시스템의 성능도 뛰어나야 한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모두 혹사당하는 만큼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기차는 배터리 부피가 큰 만큼 배터리 온도 제어 시스템도 크고 복잡하다. 그래서 성능을 높이기 쉽지 않을 뿐더러 냉각 시스템 작동에도 전기 에너지를 써야 한다.

전기차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 말고도 성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가 많다. 그래서 전기차의 성능은 어느 한 요소가 특히 중요하다기보다는 전체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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