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10년 전으로 추락한 멕시코 자동차 산업 , 세계 7위도 불안

  • 입력 2021.11.09 10: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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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GM 멕시코 아리즈페 공장

한국을 제치고 세계 6위까지 올랐던 멕시코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8년 411만대로 한국을 제치고 세계 6위로 올라섰지만 2019년 398만대로 줄었고 2020년 314만대에 그치며 한국과 인도에 자리를 내줬다. 올해에는 최근 10년간 가장 저조한 생산량으로 지난해 지킨 7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멕시코는 낮은 임금, 그리고 거대 시장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덕분에 변변한 자국 브랜드 없이 생산량 기준 자동차 강국이 된 나라다. 멕시코는 생산 차량 80%를 북미 지역, 전체적으로는 86%를 수출한다.

멕시코에서 자동차 산업은 GDP(국내총생산) 4%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관산업을 합쳐 일자리가 100만 개에 이를 정도로 국가 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악화하면서 인도와 브라질에도 생산국 순위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20% 이상 생산량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이 최근 10년 전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자동차산업협회(AMIA)는 연초, 올해 생산량이 많게는 24%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예상대로 1월부터 10월까지 멕시코 누적 생산량은 25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만대)보다 소폭 증가하기는 했다. 문제는 후반기 들어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후반기 들어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여파로 멕시코 10월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6% 줄었고 남은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가까스로 유지해왔던 생산량이 4분기 급감하면서 연간 생산량이 3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 급감에는 현지에 공장을 가진 외국계 업체들이 부족한 반도체를 자국 고부가가치 모델에 우선 투입한 원인이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은 잘 팔리는 고급 모델에 집중하는 한편 조금이라도 더 물류비용을 줄이고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지역 생산 시설을 먼저 세워버리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생산량이 많은 지엠(GM)과 닛산 10월 생산량이 각각 68.6%, 닛산 17.8% 감소했다.

현지 공장이 있는 15개 브랜드 가운데 지난해 공장 가동을 멈췄던 포드 그리고 토요타를 제외하면 예외 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현지 공장이 있는 기아도 연간 누적 생산량이 18만66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6% 증가했지만 10월에는 38.4% 급감했다. AMIA에 따르면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 누적 기준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때, 낮은 임금과 거대 시장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멕시코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에서 반도체 부족, 전기차 생산을 위한 시설 전환, 코로나 19 영향으로 멕시코 자동차 산업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고 같은 상황에 부닥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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