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2.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는?

내연기관 기반 플랫폼과 다른 구동계와 동력계 구성이 가장 큰 이유

  • 입력 2021.11.05 09:58
  • 수정 2021.11.05 10:14
  • 기자명 유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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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에 나가면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0년 전 출시된 기아 레이 EV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 시장에 다양한 전기차가 나와 판매된 덕분이다. 하지만 전기차라는 사실이 잘 알려진 몇몇 차들을 빼면, 겉모습만으로 평범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내연기관 바탕의 차와 처음부터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차의 차이는 크다. 이는 동력계와 구동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우디 Q5의 동력계 및 구동계 구성. 엔진 중심의 여러 장치와 네바퀴굴림 장치 구성요소가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
내연기관을 쓰는 아우디 Q5의 동력계 및 구동계 구성. 엔진 중심의 여러 장치와 네바퀴굴림 장치 구성요소가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

내연기관 차의 구조는 동력계와 구동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주행에 필수적인 구성요소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차의 구조적 특징을 좌우한다. 

특히 엔진과 연결된 냉각계통과 배기계통 나아가 전기계통과 공기조절장치 등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나머지 차체 구조는 그런 요소들을 지탱하면서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실내공간과 적재공간도 알맞게 배치해야 하지만, 엔진과 주변장치가 들어가는 공간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순수 전기차인 아우디 Q4 e-트론의 동력계와 구동계 구조. 앞뒤 차축 사이에 있는 배터리 부피가 상당하다
순수 전기차인 아우디 Q4 e-트론의 동력계와 구동계 구조. 앞뒤 차축 사이에 있는 배터리 부피가 상당하다

잘 알려진대로, 전기차는 동력계와 구동계의 크기와 구조가 내연기관 차보다 훨씬 더 작고 단순하다. 대신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구동용 배터리가 필요하다. 한 번 충전으로 수백 km 거리를 달릴 수 있으려면 꽤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행안정성을 고려하면 배터리를 최대한 차체 중심에 가깝게 그리고 최대한 아래쪽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내연기관에 알맞게 설계하고 만든 차의 동력계와 구동계를 전동화하는 일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비효율적이다. 내연기관 기반의 차체구조는 전기 동력계와 구동계를 넣기에는 여유가 있지만 배터리를 배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기껏해야 센터 터널과 연료탱크, 배기계통이 지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였던 2014년형 폭스바겐 e-골프의 동력계 및 배터리 배치.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제한되어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였던 2014년형 폭스바겐 e-골프의 동력계 및 배터리 배치.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제한되어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도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만큼의 배터리를 넣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연기관 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전기차들은 다른 공간을 희생해 배터리를 넣을 공간을 확보하곤 한다. 뒷좌석 바닥이나 앉는 부분 아래를 높이고 그 자리를 배터리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거주성이나 승차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써서 전동화에 성공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들이 기다린다. 전동화를 통해 달라진 무게와 무게 배분 특성을 고려해, 주행안정성과 핸들링, 승차감 등에 영향을 주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등 섀시 부분도 다시 조율해야 한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 충돌안전성을 고려해 차체 구조를 일부 변형하거나 보강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QS가 생산되는 독일 진델핑겐의 팩토리 56처럼 계획적으로 설계된 차와 생산 공정이 아니면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기 어렵다
메르세데스-벤츠 EQS가 생산되는 독일 진델핑겐의 팩토리 56(사진)처럼 계획적으로 설계된 차와 생산 공정이 아니면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기 어렵다

생산 관점에서도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같은 플랫폼으로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면, 아무리 모듈을 영리하게 만들어도 생산 라인을 공유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동력계와 구동계 외에도 에어컨과 히터 등 여러 장치의 구성은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여러 문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기차 수요가 적고 자동차 업체의 생산과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조건에서는 내연기관 사용을 전제로 설계한 차를 변형해 전기차로 만드는 쪽이 생산과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폭스바겐의 MEB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내연기관 차 플랫폼의 개념을 비교한 그림. 구성 요소의 차이가 구조의 차이를 낳는다
폭스바겐의 MEB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내연기관 차 플랫폼의 개념을 비교한 그림. 구성 요소의 차이가 구조의 차이를 낳는다

그러나 전기차 생산과 판매 비율이 높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전기차 특성에 알맞은 구조로 설계하고 그에 걸맞은 생산 방식으로 만드는 쪽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리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차의 형태나 주행 특성을 다양하게 조절하고 조율할 수 있는 확장성도 크다. 이는 단순한 구조와 생산 라인에 힘입어 다양한 변형 차종을 더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전기차는 차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아직까지 보조금을 빼면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의 값 차이가 무척 큰 이유 중 하나가 비싼 배터리다. 그런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게 되면, 설계 단계부터 비용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빼 비교적 합리적 수준으로 차값을 맞출 수 있다.

토요타 bZ4X의 배터리 배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은 시간이 흘러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토요타 bZ4X의 배터리 배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은 시간이 흘러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도입 초기 단계다. 그래서 당장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생산량이 늘고 제품이 다양해지면, 그리고 자동차 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그 혜택이 소비자들을 실감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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