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1. 배터리 용량 늘리면 1000km 가나요?
[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1. 배터리 용량 늘리면 1000km 가나요?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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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 길어지지만 효율 떨어져...적정한 수준 설계

전기차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로 달린다. 따라서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배터리 용량 즉 충전 전력량을 넘어서지 못한다. 내연기관으로 치면 탱크에 담긴 연료량만큼만 달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주 간단한 진리다. 달리 생각하면 배터리 용량이 크면 클수록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길어진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용량을 무작정 키운다고 해서 다 좋지는 않다.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팩. 대개 배터리는 용량에 비례해 부피와 크기가 커진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팩. 대개 배터리는 용량에 비례해 부피와 크기가 커진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이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때문이다.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졌다는 가정 아래, 일정한 크기나 무게의 배터리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 양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그만큼 배터리 덩치를 키워야 한다. 당연히 그에 비례해 무게도 무거워진다. 즉 에너지 밀도가 같을 때 배터리 용량을 두 배로 키우려면 배터리 부피와 무게를 두 배로 만들어야 한다.

반면 배터리 크기와 무게는 실용성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놓고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 크기와 무게는 손에 들고 쓰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배터리 크기와 무게는 스마트폰 작동에 필요한 만큼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 다른 부품 구조와 배치에 지장이 없는 한계 안에서 정해진다.

배터리 크기는 차의 쓰임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차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정해진다
배터리 크기는 차의 쓰임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차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정해진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우선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래서 배터리 크기와 무게는 차를 쓰는 목적과 방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해진다. 무작정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본래 쓰임새와 기능을 해칠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다.

특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배터리 무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이야기를 할 때 더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배터리 무게는 전기차 설계 전반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편으로는 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담는 필수 요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면 늘 떠안고 달려야 하는 커다란 짐이다.

내연기관차는 전체 무게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전기차는 전체 무게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크다. 나아가 달리다 보면 타서 없어지는 내연기관차 연료와 달리,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상태에 관계없이 무게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소비해도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동안 배터리 안에서 소비돼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볼보가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연구한 전기차 배터리 배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배터리보다 크기가 작다
볼보가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연구한 전기차 배터리 배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배터리보다 크기가 작다

전기차 배터리를 키우면 자동차 총 무게가 함께 늘어나고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가 많아져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를 키우면 오히려 에너지 소비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전기차를 설계할 때에는 배터리에너지 소비에 지나치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크기와 무게를 정한다.

배터리 용량이 크면 달릴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최대 고민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같은 크기 배터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두 배 높아지면 이론상으로는 같은 크기 배터리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난다. 달리 말하면 절반 크기 배터리로도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BMW i4의 투시도. 배터리 크기와 무게 뿐 아니라 가격도 전기차 설계의 중요한 고려 요소다
BMW i4의 투시도. 배터리 크기와 무게 뿐 아니라 가격도 전기차 설계의 중요한 고려 요소다

다른 문제들도 있다. 값도 그 중 하나다. 럭셔리 카나 특수차가 아니라면 자동차 가격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용량이 큰 배터리는 그렇지 않은 배터리보다 비싸기 마련이고, 적정한 수준을 넘어가면 소비자가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또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충전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급속 또는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전기차들이 늘고는 있지만, 호환되는 충전 시설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잦은 급속 충전은 배터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설령 급속 또는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이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충전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바람직하고, 전기차 배터리 용량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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