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완성차 인증 중고차가 해법? 이면에 가려진 '소비자 권익'

  • 입력 2021.10.28 15:25
  • 수정 2021.10.28 15:3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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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고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라 신차 고객 인도가 지연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빠르게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그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는 2019년 말 기준 361만4000대에서 2020년 말에는 387만4000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하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그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을 두고 기존 중고차 업계와 이권 다툼은 더욱 치열하고 여기에 관련 이익 단체들까지 가세해 여론 몰이와 정부의 결정을 압박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어 정작 중요한 소비자 권익 보호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며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이 금지된 바 있다. 다만 2019년 2월 28일로 동반성장위의 중소기업적합 업종 제한 기간이 만료되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근거가 마련되고 마침 현대차 · 기아의 시장 진출이 논의되며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해당 결정은 관할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게 공이 넘겨졌지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두고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중기부의 결정이 늦어지며 기존 중고차 업계와 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단체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완성차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2020년 국내 중고차 거래현황 분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존 중고차 업체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반박하며 시장 개방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KAM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 규모는 전년보다 5.3% 증가한 251만5000대에 이르며 이들 중 상당수가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나서는 '당사자간 거래'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해당 근거로 지난해 국토부 이전등록통계를 바탕으로 중고차 거래 중 당사자간 거래 비중은 54.7%로 137만6000대, 매매업자 알선과 매도로 이뤄진 거래는 45.3%로 113만9000대를 들었다. 당사자간 거래는 매매상의 개입 없이 당사자 간 직접 이뤄지는 거래를,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는 중고차 매매업자가 다른 매매업자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중고차를 매입해 소유권을 이전한 후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KAMA는 미국, 독일 등 해외시장의 중고차 개인 직거래 비중은 30% 수준으로 알려진 반면, 국내는 당사자 간 거래 비중이 55%로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소비자들의 매매업자를 통한 중고차 거래에 대한 불신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고차 최종거래 평균가격이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 당사자간 거래보다 매우 높아 소비자들이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를 기피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KAMA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와 인증으로 점검, 부품교체, 무상보증 등으로 이어지는 중고차 부가가치 제고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지불에 걸맞은 중고차 품질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의 다른 한편에선 신차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현대차 ·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당장은 소비자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중고차 가격 상승 등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 중고차 시장의 특성상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막강한 자본과 판매망을 바탕으로 시장을 그대로 초토화 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주로 유통되는 출고 3년 미만 물건을 대기업이 모두 차지할 경우 기존 업체들은 노후화된 차량만 남게되어 모두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고차 최종거래 평균가격의 경우 개인 직거래는 성능점검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나 업체를 통할 경우 성능이 보장되고 사후 교환 등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중고차 업계에서 자정작용을 통해 허위매물 근절과 성능점검 등의 다양한 소비자 보호책을 펼치고 있는 과정에서 대기업 진출만이 해법이라는 주장이 정당한 시장 경쟁을 파괴하는 반독점 위반 행위일 수 있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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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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