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급증하는 전기차 "우리한테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10.24 09:45
  • 수정 2021.10.25 08:37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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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흐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워낙 빨리 보급되면서 산업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단점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면서 모든 글로벌 제작사 대부분이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다. 전기차가 본격적인 흑자모델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소비자도 늘어난 충전기 인프라를 중심으로 엔트리 카로 전기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320만대를 넘었고 올해 500만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빠르게 교체하면서 산업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는 절반으로 줄어든 부품수로 생산 인력 감소에 따른 일자리 영향이 가장 큰 문제다. 자동차 생태계는 수직 하청구조로 되어 3~4차 부품 협력사에 미칠 영향도 매우 크다. 엔진과 변속기를 구성한 1만 여개 부품이 사라지면 부품사는 변신이 절대적인 생존 조건이 된다.

그러나 워낙 급변한 생태계에 대처하기에는 전기차 전환 속도는 워낙 빠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해 부품사는 물론 기존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 기업들은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에서 느끼는 공포 수준이며 알면서도 준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품사, 대학, 일선 자동차 관련 기업들 모두 준비가 매우 미흡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현장의 제대로 된 실태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장의 심각한 실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이나 인센티브와 같은 정부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정비 분야다. 자동차 정비는 종사인원 수도 많지만 일선에서 소비가가 직접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현재 정비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합이나 소형자동차 정비업이라고 하는 중대형 정비업체, 그리고 카센터로 불리는 전문 정비업이다. 중대형 정비업체 검사정비는 전국에 약 4100여개, 전문정비업은 약 4만 4000개 수준이다. 종사인원은 20만 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일자리 유지와 창출, 소비자 가까이에 있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정비 분야는 이미 레드 오션화했을 정도로 열악해졌다. 요즘 내연기관차 내구성이 좋아지고 무상 서비스 기간이 늘어난 데다 각종 소모품 무상 교환 등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정비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졌다. 심지어 하늘을 보면서 비나 눈이 와야 사고차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자동차 내구성이 좋아진 이유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정비 요금과 공임 등이 낮은 것도 원인이다. 이런 위기 속에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 것이다. 엔진이나 변속기와 다른 배터리와 모터를 정비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도 일선 정비업체 정비가 어려울 정도로 체계화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 정비는 극히 일부 제작사 지정 업체에서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정비업체는 물론 소비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비용은 물론, 정비업체 부족으로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다. 정비 관련 단체는 정비사가 전기차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전혀 답이 없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교육 기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전국 거점 대학이 역할을 해 주면 좋겠지만 전기차 관련 교보재, 교재, 심지어 교수도  전기차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기차 애프터 서비스가 사각지대로 전락한 셈이다. 올해부터 일부 대학 몇 곳이 컨소시엄을 통해 미래차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교수를 대상으로 한 인스트럭터 교육, 교재 개발, 전기차 교보재 마련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상황도 극히 일부분이어서 전국적인 시스템 구축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전기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전기차 기초 안전교육을 위한 미래차 인재개발원 1호를 수도권에 오픈한 것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협회는 전국적으로 거점을 넓혀나갈 계획인데 우선은 전기차 전문 정비사 교육에 집중했으면 한다.

수년 이내 약 10만~20만 정비사 교육을 위해 필요한 수백 억원 예산 편성과 교육 시스템 구축은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동으로 예산을 지원해 지원해야 한다. 정비 분야 실태조사를 위한 정책용역도 필요하다. 미래차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 확보와 일자리 창출은 철저히 준비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 없어지는 일자리를 위한 업종과 교육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다. 정비 분야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차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장 큰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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