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차 캐스퍼 "우리 자동차 산업이 정의해 온 것들을 모두 깬 파격"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9.26 07:41
  • 수정 2021.09.26 07:43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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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경형 SUV 캐스퍼 발매가 꽤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말까지 약 1만 7000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온라인 예약만으로 벌써 2만 대를 기록했다. 따라서 내년 생산량 약 7만 대도 무난할 전망이다. 캐스퍼 디자인과 각종 옵션 등 기대감이 소비자 반응으로 이어진 덕분으로 보인다. 

또 SUV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한몫을 했다. 시장 반응은 뜨겁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작년 말 경차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지 못했다. 단 3종에 불과한 경차 피로감에 인센티브가 친환경차에 몰리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제작사도 마진이 높지 않은 경차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자동차 수요도 대형 고급차로 몰리고 있다. 제작사가 차종을 가리지 않고 경차보다 큰 차에 몰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제작사와 시장, 소비자 모두 경차를 외면하면서 한때 20%에 달했던 경차 시장 점유율은 최근 7%대로 떨어졌다. 

일본 경차는 종류만 40개가 넘고 점유율이 약 37%에 이른다. 유럽 전체 경차 점유율은 약 40% 정도이지만 이탈리아는 약 60%에 달할 정도로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큰 해외 선진국 수요는 여전하다. 자동차를 실용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밀도, 주차난, 에너지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1인당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어 경차가 갖는 의미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캐스퍼 인기는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경형 SUV로 경차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에 우선 의미가 있다. 기존 시장을 나눠 가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박스카 기아 레이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시장을 확장했다. 캐스퍼도 새로운 경차 시장을 개척해 활성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캐스퍼가 23년 만에 국내에 신설된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캐스퍼는 국내 최초로 지자체와 제작사가 합작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을 받아 생산한다. 초기 노조 반대가 극심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공장이 만들어졌고 경형 SUV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자동차 노조는 연봉 4000만 원 미만인 GGM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울산 현대차 공장은 생산직 연봉이 평균 1억 원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고비용·저생산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성공모델이고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으로 GGM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산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로 이어지면서 캐스퍼 성공은 단순히 한 차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효과가 파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온라인 판매만 한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국산 자동차가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소비자 중심 판매방식이고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캐스퍼 온라인 판매는 매우 중요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온라인 판매가 다른 자동차로 확대되기를 기원한다. 

GGM이 20여 년 만에 국내에 설립된 최첨단 자동차 생산 시설이라는 것에도 의미가 크다. 당분간은 캐스퍼 생산에 주력해야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생산도 가능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능동적이고 유연한 생산 설비와 방식, 인력을 갖춘 만큼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도 높은 품질과 안정된 노사관계, 미래형 변신이 가능한 공장 구조 등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그나(Magna) 인터내셔널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캐스퍼는 이렇게 그동안 우리 자동차 산업이 정의해 온 것들을 모두 깬 파격으로 탄생했다. 경차 시장 확대, 생산과 판매 패러다임 전환, 새로운 노사 문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향후 안정된 판매와 새로운 위탁 차종 확대로 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확신하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하는 GGM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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