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기아-르노삼성차, 5개 완성차 동시 '무분규' 실현 동참해야

  • 입력 2021.08.25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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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는 군사 정권 시절 정부 정책으로 시작했다. 1960년 4.19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가 노동권 보호를 명분으로 노조 설립을 독려했고 이때 탄생한 '기아산업 노동조합'을 자동차 노조 시작으로 본다. 하지만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어용 노조와 다르지 않았다. 노조 강경 투쟁이 시작한 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시작하면서 기업별 단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다. 

이때부터 자동차 노조도 연례적이고 관행적으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왔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방대하고 따라서 규모가 큰 자동차 노조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권익과 삶의 질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년 벌어지는 분규 규모도 그에 못지않았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내 5개 완성차가 동시에 분규없이 임금이나 단체협상을 마무한 해가 없다. 

억대 연봉, 귀족노조라는 비난에도 분규가 멈추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들은 역대 최장 파업 기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이에 따른 손실액 규모를 해마다 갈아치웠다. 쌍용차와 한국지엠에서는 공장 점거, 유혈진압 등 기억하기 싫은 극렬한 분규가 장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매년 수조 원 단위로 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손실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별 대수롭지 않게 들렸을 정도다.

파업을 관행처럼 여겼던 노조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노조를 이끌어왔던 현대차 노조가 3년 연속 분규 없이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쌍용차는 1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고 어제(24일) 한국지엠도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돼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지엠은 15차례나 교섭을 벌이고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면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역대 최단기간인 2개월 만에 잠정합의안을 끌어내고 가결까지 끝내는 초 스피드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 노사 인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과 같은 예민한 사안을 노조가 양보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임금을 인상하고 성과금을 정한 회사가 코로나 19, 반도체 사태를 위기로 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과거 잠정합의안이 부결하면 일단 어떤 형태로든 실력 행사에 나서는 관행을 한국지엠이 깬 것에도 의미가 있다.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반발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파업을 벌이던 과거 행태를 멈춘 것이다. 이제 자동차 업계 관심은 올해 자동차 임단협이 5개 완성차 동시 무분규로 끝낼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기아는 24일, 10년 만에 파업 없이 잠정합의안에 합의했고 지난해 역대 가장 극심한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르노삼성차도 올해는 파업 없이 교섭이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지만 매우 높다고 본다. 

기아와 르노삼성차가 올해 임단협을 분규 없이 마무리하면 지난 40년간 강경한 대립적 관계를 이어왔던 자동차 노사가 상생을 위한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완성차 회사와 노조를 바라보는 따갑고 불편한 시선도 바뀔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대전환 시대에 걸맞은 노사 문화의 새로운 출발에 기아와 르노삼성차도 동참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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