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차명 때문인가 '엘란트라와 포르테'는 왜 미국서만 팔릴까

  • 입력 2021.08.05 11:31
  • 수정 2021.08.05 11: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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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가 내수 부진을 수출과 해외 판매로 만회하고 있다. 코로나 19 변종 바이러스가 무섭고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해외 실적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동차 누적 판매 대수는 국내에서 7.2% 줄었고 수출과 해외 판매는 27.3% 늘었다.

국산차 해외 실적이 두드러진 곳은 유럽,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이다.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4%, 42% 급증했다. 미국 자동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국 전체 브랜드 평균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사정은 줄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신차 가운데 대형 SUV는 전년 동기대비 52.6%, 수입차는 17.9% 폭증했지만 전체 신차 등록 대수는 2.6% 줄었다. 작은 세단에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심각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와 같은 소형차가 국내에서 멸종한 이후 아반떼와 K3가 그 자리를 떠맡았지만 국내에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는 2019년 6만2000대에서 2020년 신형 출시로 7만9000대로 8만대에 근접했다. 그러나 신차 효과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자. 작년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만8000대에서 4만대를 겨우 유지했다. 

기아 K3 사정은 더 절박하다. 2019년 4만4000대에서 2020년 2만3000대로 급락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1만5000대에서 1만3000대로 줄었다. SUV가 대세라고 해도 우리나라 월간 판매 순위는 현대차 그랜저가 장기집권해왔고 이를 몰아낸 것도 기아 준대형 세단 K8이다. 쏘나타, K5와 함께 세단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독 아반떼와 K3가 있는 준중형 입지는 크게 좁혀졌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정은 다르다. 아반떼 해외 수출 대수는 2019년 14만2000여 대를 기록한 이후 2020년 펜데믹으로 10만2000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 6만2000대로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K3도 2019년 연간 수출량이 4만9000대에서 지난해 2만7000대로 줄었지만 1만7000대인 올해 상반기 기록으로 보면 예년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황을 보면 아반떼와 K3 활약상은 더 도드라진다.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누적 판매량은 아반떼와 K3 존재감을 더 확실하게 높여준다. 아반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한 8만7000대, K3는 59% 증가한 7만4000대를 팔았다. 국내 수출량과 해외 판매량이 다른 것은 현지 공장 생산 차량 공급에 따른 차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반떼와 K3가 현대차와 기아 미국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아반떼 올해 누적 판매량(1월~7월) 순위는 투싼(9만5000대)에 이어 2위, K3는 1위다. 미국 시장에서 세단 수요가 여전한 것에 대해 기아 해외 마케팅 관계자는 "픽업트럭과 해치백 위주로 판이 짜져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소형 세단은 여성과 젊은 층 수요 틈새를 공략하는 중요한 세그먼트"라고 말했다. 또 아반떼와 K3 인기는 "경쟁 브랜드들이 SUV와 픽업트럭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K3와 아반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기 모델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자 상대적으로 재고에 여유가 있는 비인기 차종으로 수요가 쏠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반떼와 K3는 시장에 따라 각각 다른 차명을 쓴다. 이 때문에 미국 차명인 '엘란트라와 포르테'를 역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은 포드 F 시리즈, 램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시장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토요타 캠리, 혼다 시빅과 어코드 등 세단 시장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이 대형 SUV와 슈퍼카, 고가 수입차 위주로 왜곡된 소비가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반떼와 K3를 잘 팔리는 차명, 엘란트라와 포르테로 바꾸자는 얘기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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