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자동차 제작사가 디젤도 내연기관도 포기 못하는 딱한 사정

  • 입력 2021.08.02 13:35
  • 수정 2021.08.02 13: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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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국가와 자동차 브랜드가 내연기관(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 퇴출을 선언하고 있지만 토요타는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일본 자동차 매체 베스트카웹(Best Car Web)에 따르면 토요타는 휘발유 중심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디젤차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오는 2030년 발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랜드 크루저와 같은 SUV 차종은 물론 미니밴 하이에스밴과 같은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토요타가 퇴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디젤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것은 내연기관차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전기차 배터리 특성과 생산 능력, 전력 공급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내연기관 수요가 향후 수십 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여의치 않은 국가와 지역에서 효율성이 개선된 내연기관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연기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완성차는 토요타만이 아니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도 표면적으로는 시차를 두고 내연기관에 더는 투자하지 않고 신차를 개발하거나 출시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떤 형태와 규모로든 내연기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정용 전력조차 부족한 개발도상국 포함 저개발국가는 내연기관 수요가 앞으로 수 십 년간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중ㆍ대형 상용차, 농기계, 산업용 차량 등 역할에 따라 내연기관을 요구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완전한 전기차 시대로 진입할 때까지 내연기관차는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 대부분은 각국 정부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배터리와 같은 고가 부품으로는 전기차가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당장 5년 이내, 길게 봤을 때 10년, 15년 후에도 내연기관차로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절박감을 보인다.

중ㆍ대형 상용차, 농기계, 산업용 분야에서 내연기관이 전기차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차 퇴출로 몰고 가는 환경규제가 유럽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될지, 전기차 확산세가 이렇게 빨라질 것으로 보지 않은 판단 착오도 있다. 유로 6, 유로 7 등 환경 규제 일정에 맞춰 내연기관 효율성 향상에 거액을 투자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절실해진 것도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내연기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완성차 로비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기관 기반 하이브리드카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토요타 미국과 인도 등 빅 마켓 정부에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급격한 내연기관 퇴출과 전기차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GM과 포드도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차가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현대차 그룹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도 최근 트윈 도징(Twin dosing) SCR 시스템이 탑재된 파사트, 티구안, 제타 내연 기관차를 주요 시장에 지속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제작사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있지만 완전히 포기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가 완전 전동화로 대체되려면 적어도 50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 내연기관차는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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