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제 일 처럼 생생하게 터져 나온 볼보자동차 급발진 주장 사고

  • 입력 2021.07.07 09:30
  • 수정 2021.07.07 09: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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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발생했고 올해 3월 소송이 제기된 볼보자동차 급발진 주장 사고 얘기가 느닷없이 불거져 나왔다. MBC는 지난 5일 [제보는 MBC] 멈춰 있던 '볼보' 갑자기 질주…"반자율주행차 급발진"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내용만 보면 볼보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가장 최근에 또 발생했다는 불안감을 준다. 

지난해 사고라는 것을 알아챌 수는 없었다. 뉴스 어디에도 언제 발생한 사고인지 시점이 나오지 않는다. 사고 후 9개월 지났고 소송 후 4개월이 지난 해묵은 얘기가 마치 어제 일 처럼 생생하게 전해졌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의혹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됐지만 되짚어 볼 것도 가득했다.

우선은 누가 봐도 볼보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또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나서야 지난해 사고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0년 10월 발생한 사고가 최근 있었던 것으로 누구나 오인할 수 있게 했다. 급발진 여부를 떠나 이 얘기가 지금 뉴스로 다뤄지는 이유가 궁금하다.

공영 방송이 '반자율주행차'라는 표현을 쓴 것도 황당하다. 도대체 '반자율주행차 급발진'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 되지 않는다. 어느 한계까지 자동차가 스스로 달린다는 얘기인가? 시범 주행 또 제한된 구역에서 무인차, 완전 자율주행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브랜드와 모델은 없다. 그런 표현이 겁 없는 '자율주행'을 하게 만든다. 법으로 반자율, 자율주행 사용을 막는 나라도 있다. 

볼보자동차 급발진 동영상을 수없이 되돌려 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급발진, 시스템 오류 여부가 어떻게 가려질지 모르겠지만 19초 만에 500m를 질주하는 과정을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이다. 우선은 차가 멈출 때까지 제동등이 전혀 들어 오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차량 가속에 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제동을 하는 건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다.

핸들(운전대) 제어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을 피하고 차로를 바꾸기도 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 차량을 피했다면 몰라도 조향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사고 운전자는 "아무 동작 개입 없이 오작동을 한 것"이라며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ADAS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설계 결함"이라고 단언했다.

급발진 여부를 떠나 초보 수준 정도에서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를 이해하고 있다면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없다. 볼보 첨단운전 보조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만 그런 것도 아니고 대부분 ADAS는 차로와 차선, 주변 교통상황 등에 맞춰 까다로운 조건에서 정상 작동한다. 무엇보다 조향과 제동, 가속은 인간이 개입했을 때 시스템에 우선 반응하도록 했다. 볼보자동차도 "시티 세이프티는 운전자 동작에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조향을 하거나 가속, 제동하면 개입을 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만약 볼보자동차 사고가 기계적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해도 ADAS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또 있다. 운전자는 안전벨트조차 매지 않은 상태라고 했고 변속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는 이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D' 레인지 전환을 하지 않았는데 자동차가 스스로 달렸다는 걸 이해하거나 그럴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누구 주장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10개월여가 다된 사고 얘기가 지금 시점에서 왜 최신 뉴스처럼 전해지는지, 운전 보조시스템인 ADAS가 왜 반자율주행 시스템인지, 사고 동영상에서 알 수 있는 비상식적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날 그 사고 얘기를 지금 왜 회자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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