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매물 올리지마" 셀러 위협, 수출 중고차 독점 폐해 심각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6.06 10:26
  • 수정 2021.06.06 10:30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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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수출 중고차 산업을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내수 중고차 산업은 연간 거래 규모 약 380만대, 약 30조 원 규모의 매머드급으로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직접적인 분야로 관심이 높지만 수출 중고차 분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해 관심도는 크게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과 선진형 시스템을 갖추고 더욱 활성화되고 있지만, 수출 중고차 분야는 수십 년 전 관행과 구시대적인 시스템 그리고 인프라 측면에서도 낙후돼 있다.

수출 중고차 분야를 ‘산업’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영세하다. 2019년 해외로 수출된 수출 중고차는 46만여 대로 역대 최고 물량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으로 인해 38만여 대로 감소하고 규모는 약 1조3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변변한 수출단지조차 조성되지 못한 채 수출 중고차들은 나대지에 모여 전시되고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그나마 양호한 단지 시설이고 대부분은 불법 수출단지라는 이유로 사무실도 없이 버스나 화물차 적재함을 개조해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 중고차 수출업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중고차 진단평가나 품질보증 얘기는 사치라 할 수 있고 체계적인 수출시스템은 고사하고 여러 분야에서 개선돼야 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규모는 적지만 수출 중고차 가격도 과반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수출 중고차는 이렇게 모든 분야가 낙후돼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 관심도 크게 떨어져 있다. 수출이다 보니 내수 중고차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소관도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나 예전에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을 떼어내어 산업부에 포함하면서 담당 부처마저 애매한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다. 수출 중고차 선적과 거래 약 90%는 인천에서 이뤄진다. 최근 평택과 군산 또 부산과 울산 등도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통적 강자인 인천 지역은 선진형 단지 조성을 위한 용지 확보가 가장 큰 문제이고 평택이 대안으로 관심이 있으나 아직은 시작에 머물러 있다. 군산 새만금 지역에서 선진형 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나 주관기업 선정이 부진하고 규모에 대한 고민도 아직 끝내지 않았다. 군산 지역은 결국 남부 쪽 중고차 일부와 중고 건설기계 등 특화된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수출 중고차를 산업 규모로 키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심도 높아지면서 관련 협회 결성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수출 중고차를 선진형 산업으로 키우면 지금보다 3배 이상 시장을 커지고 가격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산업군을 형성한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 앞으로 잘 구성한다면 3조 원 규모 산업으로 발전하고 중고 부품 수출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성장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선진형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형 단지를 활용한 백화점식 인프라를 조성하고 원스톱 서비스 구축 등 다양한 개선 움직임도 보인다. 특히 수출 중고차 플랫폼을 갖춘 선진 기업 등장으로 수출 중고차 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코로나로 인한 각국의 어려움으로 해외 바이어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원격 구매할 수 있는 직구 형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기업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돼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온 관련 플랫폼 기업 A사는 B, C 등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사업 진행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중고차 매물을 올리는 ‘셀러’들은 다양한 플랫폼에 매물을 올려 해외 바이어와 연계하는 다양한 중계망이 필요하지만 A사는 독점적인 위치를 악용해 ‘셀러’들을 위협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이 아닌 곳에 매물을 올리면 퇴출하고 관련한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불만이 많아지면서 관계 기관도 눈여겨보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당연히 공정거래에 위배가 되는 행위로 관련 기관이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 A사 행태는 수출 중고차 산업 활성화에 절대 악이다. 

지금은 수출 중고차 산업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시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정 기업의 독점과 시장 지배라는 후진적인 행위를 관련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살펴봐야 한다. 이제야 선진형 수출 중고차 산업 시작점인 만큼 관련 기관 관심과 공정한 거래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연간 약 3조원 이상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해외 시장에서 국산 중고차가 신차와 함께 길거리를 수놓은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새로운 수출 중고차 산업 성장 역량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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