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벼랑 끝 쌍용차, 노조 '자구안' 부결은 자멸로 가는 길

  • 입력 2021.06.04 08:35
  • 수정 2021.06.04 08: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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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벼랑 끝에 섰다. 2011년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된 지 10년 만에 또 같은 벼랑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쌍용차는 유난스러운 잔혹사를 이어왔다. 1954년 하동환제작사로 출발해 그동안 바뀐 주인이 신진, 거화, 쌍용, 대우, 상하이, 마힌드라까지 참으로 글로벌했다. 그리고 요즘 또 다른 주인을 찾고 있다.

15분기 연속 적자를 버텨왔지만 코로나 19로 차가 팔리지 않자 마힌드라도 발을 뺐고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여기까지 쌍용차 상황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처지가 다르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결정을 내리고 살 방법을 찾아 보라고까지 했지만 예전처럼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결국 법정관리가 시작됐다.

몇 곳 생각이 있기는 한가보다. 그런데 쌍용차에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공장 점거, 유혈 사태, 강경 진압이 있던 때가 떠 오른다. 그 고통을 알기에 쌍용차 노사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인가 전 M&A 통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시키고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마지막 희망의 끈이다.

자구안은 쌍용차 매각 공개 입찰에 나설 상대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핵심이다. 쌍용차도 공개 입찰이 투명한 M&A 절차로 투자자 간 경쟁과 협상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누가 됐든 보다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기 위해 쌍용차가 마련한 자구안은 국내 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로 강도가 세다.

핵심은 전 직원 대상 무급휴업을 기본 2년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직(쌍용차는 공장 생산 라인 근로자를 이렇게 부른다)은 1년간 50%, 사무직은 30%가 급여를 받지 않고 휴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합의한 임금 삭감과 복리후생 중단 기간을 2023년까지 2년 연장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임원 급여도 절반에 가까운 40%를 삭감하겠다고 했다.

자구안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것에 더 보태진 것이다. 당시 쌍용차는 20여 개 항목에 달하는 복리후생 중단 및 임금 20% 삭감, 임원 감축과 급여 삭감, 핵심 유동 자산 처분 등 선제적으로 자구 노력을 실천했다. 그러면서도 쌍용차는 해고를 중심으로 하는 인력구조조정방식보다 잡쉐어링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대량 해고로 10년 넘게 겪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구안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노조가 수용 여부에 따라 존속 또는 청산으로 생존 여부가 갈라질 수 있다. M&A 최우선 조건은 기업의 존속 가치에 있다. 청산을 피하려면 인수하려는 상대가 쌍용차 지속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 자구안은 쌍용차 지속 가능성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수단이다. 2년 무급 휴직을 해서라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고 생존 의지를 확인해야만 인수 의향자가 나선다. 이들끼리 경쟁을 해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고 회생절차도 끝낼 수 있다.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이 자구안이 오는 7일과 8일 평택공장에서 있을 노조 찬반 투표에서 부결된다면 쌍용차는 벼랑 끝으로 한 발 더 다가가 '청산 절차'라는 수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자구안은 지금 쌍용차 주변에 있는 이해 관계자가 생존 의지를 확인하는 척도다. 부결로 이해관계자가 의구심을 갖는 순간, 모든 것은 없던 일이 된다. 그래도 살겠다고 해고 중심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희망은 없다. 

전기차를 내놓고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고 커넥티드로 변해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 그대로인 쌍용차에 돈을 쓸 상대는 없다. 따라서 자구안을 포기하고 인적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기업 가치 평가는 청산 가치가 더 높은, 문을 닫는 편이 더 낮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자구안을 수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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