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포기자' 속출, 기다리다 지쳐 중고차 가격 역전 현상까지

  • 입력 2021.05.31 11:23
  • 수정 2021.05.31 11:2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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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인기 모델로 수요가 몰리면서 신차 출고 적체가 장기화하자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포기자 상당수는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면서 일부 모델 시세가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신차 출고 약정 기한이 길게는 6개월 이상, 특정 모델은 이런 기한조차 말해 주지 못할 정도로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차량이 필요한 경우 비인기 모델로 계약을 전환하는 사례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중고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수입차도 다르지 않다. 한 관계자는 "출고 대기 기간이 국산차 대비 길기는 했지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해외 본사 공장 생산 차질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기 모델 대기 기간은 1년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본사는 생산 현지나 주요 지역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있어 인기, 비인기 모델을 가리지 않고 출고 지연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6월 이후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국내 자동차 생산 차질이 이전보다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발표한 개소세 인하 기간 연장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6월 말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소세 인하를 오는 연말까지 연장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계약이 몰려도 반도체 부족으로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 연장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반도체 부족이 6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이후에나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보여 당장 수요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약만 받아 놓고 제 때 출고를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고객 불만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실적이 매월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어는 정도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고 이후 정식 등록된 차량 대수를 판매 실적으로 공개하는 수입차와 달리 국산차는 계약 건수를 판매 실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출고 차량이 판매 실적에 포함되고 이후 계약을 취소한 건수는 익월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 현재와 같은 출고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이탈자가 속출하면 상당수 허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신차 출고 적체에 따른 계약 포기자가 중고차 시장에 몰리면서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최근 엔카닷컴이 발표한 주요 MPV 차종 잔존가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 2020년형은 101.51%로 신차 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와 르노삼성 마스터 2020년형 잔존가치도 90% 안팎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차종일수록 중고차 시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라며 "상태가 좋은 중고차가 신차보다 높은 가격에 재판매되는 일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매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시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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