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제로" 내연기관 해결없이는 공염불...지금 당장 에코드라이브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5.23 09:35
  • 수정 2021.05.23 09:36
  • 기자명 김필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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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흐름은 전기차다. 충전과 주행 범위 등 지적을 받아 왔던 단점들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보급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연기관차 비중은 줄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가 혼재하는 기간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생태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 역할과 관련 산업계와 학계, 연구 기관 등은 할 일이 더욱더 많아졌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중에도 전기차는 320여만 대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는 현대차 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아이오닉 5, EV6, 폭스바겐, 지엠 등에서도완성도 높은 모델이 대거 가세하면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많게는 500만대 이상, 2025년이면 1000만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전기차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그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이상으로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2500만대,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100만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도로에 있는 2400만대 자동차는 내연기관차라는 뜻이다. 또다시 말해 내연기관차 환경 규제를 매우 엄격하게 강화하거나 통제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환경 정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에 올인하는 현재 상황을 우려하는 이유다. 내연기관차 규제는 노후 경유차 폐차를 지원하고 도심지 진입을 금지하고 DPF 장착 의무화, 환경개선 부담금 강화 등이 고작이다. 나머지 2400만대 내연기관차를 어떻게 할지는 전혀 대책이 없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으면 '2050 탄소제로'는 요원하다. 자동차가 대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20% 이상이기 때문이다. 

산업적 노력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은 경제 발전에 역행할 수 있어 우리는 물론 어느 나라도 쉽게 강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자동차를 무조건 바꾸도록 강제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현재 운행 중인 내연기관차 배출가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당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우선은 지난 2008년 도입된 에코 드라이브 즉, 친환경 경제 운전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당시만 해도 정부 부처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친환경 경제 운전 열풍이 너무 빠르게 식었다. 친환경 경제 운전은 연료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감소하고 교통사고까지 감소하는 1석 3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많게는 50%까지 연비가 향상하는 친환경 경제 운전 캠페인이 다시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공회전 제한 장치 보급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배터리와 시동 계통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 때문에 관심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기술적 개선으로 기대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럽산 모든 수입차는 공회전 제한 장치인 ISG가 장착됐다. 국산차는 일부 모델에 적용되고 있지만 수원시를 비롯한 지자체 몇 곳과 한국에코드라이브협회가 어린이 학원 차량에 공회전 제한 장치를 장착하는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차량이 정지하면 어린이가 모두 내리고 출입문을 닫아야만 시동이 걸리게 만들어 놨기 때문에 교통안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보급을 늘리면 배출 가스를 줄이고 더불어 어린이 교통안전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에 큰 영향을 주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인 EGR 교체와 흡기 부분 카본 청소와 같은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용도 DPF같이 차량당 수백만 원이 아닌 수십만 원만 지원해 줘도 기존 대비 20% 미만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 운행되고 있는 내연기관차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환경개선 목표는 요원하다. 탁상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시행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기후 악당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50 탄소제로'는 내연기관차 2400만대를 해결하지 못하면 모두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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