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현대차ㆍ기아 그리고 벤츠에 밀려 "르쌍쉐가 사라졌다"
어느 날, 현대차ㆍ기아 그리고 벤츠에 밀려 "르쌍쉐가 사라졌다"
  • 김필수 교수
  • 승인 2021.05.1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국내 신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70~180만대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소비자 눈높이가 세계적으로 높아 국산차나 외산차 모두 국내에서 품질이 입증된 모델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 수입차는 고가 프리미엄 모델 판매가 급증하면서 국내 수요가 세계 수위를 달리 정도로 큰 시장이 됐다. 벤츠는 연간 7만~8만대 정도를 팔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사정이 심각하다. 5개 완성차 가운데 마이너 3사 실적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정도가 더해졌고 점유율 감소로 존재감마저 희박해졌다. 코로나 19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거두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 주도권이 더 강력해져 두 곳 점유율이 84%에 이르렀다. 1분기 현대차와 기아 점유율은 86%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 점유율이 9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여기에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마이너 3사 점유율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가 판매 부진 속에서도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선 쌍용차는 현재 법정관리 상태로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살기 위해서는 내부 군살을 빼야 하지만 가장 효과가 큰 고정비 절감은 한계가 있다.

이미 전체 임원 약 30%를 줄였지만 생산직 중심 노조는 단 한 명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정관리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커서 공중 분해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는 10여 년 전부터 미래 가치가 없어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고 이번 법정관리 상태는 존속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잣대라 할 수 있다. 현 위기 상황에서 투자한다는 기업이 전무해 더욱더 위기가 커지고 있다. 신차 판매도 부진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이다. 

르노삼성차는 현재도 노조 파업 중이고 사측은 공장폐쇄로 대응하는 파국 직전 상황에 처해있다. 강 대 강 대립이 이어지면서 노사 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예전부터 부분 파업을 밥 먹듯 하면서 닛산 신형 로그 물량 등 신차 생산이 무산됐고 르노 본사 부회장은 최근 방한해 글로벌 15개 공장 가운데 부산 공장 생산성이 13위라고 지적했을 정도로 최악이다. 그만큼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은 존속을 유지하기 어려운 명분이 됐다. 지금과 같이 팔만한 신차도 적고 OEM 수입차도 다르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가 없어져도 노조는 영원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는 강성노조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국지엠은 4년 전 약 81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그 자금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연구개발 분야 법인 분리나 한국수입차협회 가입 등 추후 공장 폐쇄나 철수 등을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미국 수출용 트랙스 등 일부 차종 생산이 늘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신차 판매 감소와 항상 노조 파업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작년 12월 끝난 임단협을 내달 또 올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도 노동자 프랜들리 정책을 지향하고 있고 1년 임단협은 물론 현장 파업 등 경직된 노동법으로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든 구조도 변모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는 강성노조라는 인식과 고비용·저생산 구조로 진입하고 있어 국내 생산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국내 공장은 공동화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상황은 전기차 등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준비가 부족하고 노사관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점이 해결되기보다 해묵은 문제가 더 주목받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차 점유율 구조가 지금처럼 이어져 간다면 머지않아 국내에는 현대차와 기아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독점적 구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누군가와 치열하게 경쟁해 자동차 품질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소비자와 시장에서 나오는 피드백을 통해 내성을 키워야만 해외 시장에 대비할 수 있다. 독점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염려되는 이유다. 왜곡된 구조가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균형 잡힌 정부 정책 시행으로 기업 하기 좋은 상황을 기대한다. 쌍용차를 비롯한 마이너 3사가 힘을 내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미래에도 살아남기를 바란다. 회사와 노조 모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