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죽음 내모는 '차도 통행' 보도 사용 가능한 방법 찾자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5.09 08:59
  • 수정 2021.05.09 09:07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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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관련법이 오는 13일부터 예전 법규로 돌아간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 장치 이용 자격 및 연령이 현재 만 13세 이상에서 만 16세 이상 취득이 가능한 ‘제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원동기 면허)’ 이상 보유자만 운전이 가능해진다. 또 동승자 탑승이 금지되고 안전모와 같은 안전 장구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야간 이용 시 등화장치를 작동하지 않는 등 운전자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 규정도 강화됐다. 무면허 운전자는 20만원 이하 벌금,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보호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안전 장구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는다.

전동킥보드 문제는 그러나 아직 미궁에서 헤매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작년 6월 이전에는 전동킥보드 규제를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준해 적용하다가 보험 부재와 차도 운행에 따른 사고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작년 12월 다시 자전거에 준하는 관련법으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안전 장구 없이도 차도를 달릴 수 있게 되면서 개악으로 지적으로 받았다. 결국 다시 환원됐고 자전거전용도로 운행, 음주운전 금지, 2명 이상 탑승 금지 등이 추가됐고 주차와 수거 등 관리도 강화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심각한 문제 몇 가지를 논의해보자. 우선 전동킥보드 10대면 10대 모두 보행자 도로를 통행하는 현실에서 금지지역으로만 묶어놨다는 점이다. 전동킥보드가 보도 통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자전거전용도로는 극히 제한된 곳에만 설치 운용되고 있다. 결국 전동킥보드는 차도 운행을 해야 하는데 이는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와 함께 차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그러니 전동킥보드는 살기 위해 보도 통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를 단속하는 일도 없다. 법으로는  전동킥보드 보도 통행이 금지라고 했을 뿐 실제와 전혀 다른 현실에는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따라서 보도 운행을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등은 일정 속도 이하이면 전동킥보드 보도 통행이 가능하게 했다. 안전 속도를 제한하고 법규에 대한 인식이 높아 보도에서 전동킥보드 사고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보도에서 발생한 사고 책임을 모두 전동킥보드가 부담하게 해서라도 죽음으로 내몰리는 차도 통행 대신 보도 통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보호 좌회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좌회전 차량에 책임을 묻는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손보협회 등과 정부가 나서서 전동 킥보드 전용 보험을 개발해야 한다. 보험사기를 우려하기보다는 보도로 올라오는 전동킥보드가 알아서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보도 통행을 단속하지 않는 현실이라면 안전한 범위내에서 다른 부작용이 없도록 대비해 허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속도를 규제하는 것도 시급히 살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안전성이 가장 열악한 이동수단이다. 바퀴 구경이 작아 조금만 빠르게 달려도 심각한 사고로 이뤄지기 쉽다. 서서 운행하는 만큼 무게 중심이 높고 좌우로 꺾는 각도가 커서 위험도가 더 높다. 따라서 현재 시속 25Km 미만인 전동킥보드 속도를 20Km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전동킥보드 이용 목적상 충분한 속도일 뿐 아니라 사고에 따른 부상 정도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보도 통행을 허용하기 위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또 하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전 장구 착용은 당연하지만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가 사회적 반발로 적용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그렇다고 자전거 사고가 급증한 것도 아니고 일본 사고 발생 빈도 역시 매우 낮다. 전동킥보드가 비치한 헬멧은 분실과 파손은 기본이고 위생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속도를 낮추고 동시에 보도에서 안전한 통행을 하도록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보험 등 각종 대비책을 만들면 된다. 미래형 모빌리티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해외 여러 나라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사고가 없는 이유도 찾아봐야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반납과 수거 장소를 한정된 장소로 지정한 것도 문제다. 보도에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행자 안전과 이용 편의성을 살릴 수 있는 수거 장소 확대가 필요하다. 장소 크기와 관계없이 곳곳에 포진하는 수거 장소 확대는 전동킥보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전동킥보드 관련법 문제는 기존 법규와 제도에 새로운 모빌리티인 전동킥보드를 우그려 넣다 보니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인 만큼 시대 변화에 맞는 법규가 그래서 필요하다. 이른바 ‘퍼스널 모빌리티(PM) 총괄 관리법(가칭)’이 시급한 이유다.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 관리법은 전동킥보드를 시작으로 쏟아져 나올 다양한 개인 휴대용 이동수단 등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한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관리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는 물론 관련 부처가 모두 고민을 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법을 개정하고 다시 환원하는 불안한 정책으로 국민 불편을 가중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관련 부처가 먼 미래를 보고 제대로 된 법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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