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LC 500 컨버터블 "생각이 달라도 흔한 것은 싫다."

  • 입력 2021.05.06 12:00
  • 수정 2021.05.06 12: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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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기온을 되찾은 날, 대부도 가는 길 신호대기 중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옆 차로 소형 화물차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쪽바리차 좋아요?"라고 묻는다. 잠시 머뭇했다 이렇게 답했다. "이거 렉서스라는 차예요, 몰라요?". 돌아오는 얘기 없이 잠시 침묵이 흘렀고 신호가 바뀌었다. 놀라운 발진 능력(?)을 보이며 빠르게 치고 나간 화물차에는 일본 국민 음료가 가득 실려 있었다. 웃자고 하는 여담이다.

렉서스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또 하나 고성능 버전을 투입했다. 조금은 대중적인 RC F와 하이브리드 버전 LC 500h, 오리지널 쿠페 LC 500에 이어 요즘 같은 때 오픈 에어링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LC 500 컨버터블이다. LC 500 컨버터블 슬로건이 멋지다. 'Kiss the Sky'. 차명 LC는 럭셔리 쿠페(LUXURY COUPE)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500이라는 숫자는 LC가 품고 있는 V8 자연 흡기 5.0ℓ(477마력) 파워트레인을 의미한다.

LC는 등장할 때부터 요란했던 기억이 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콘셉트카 LF-LC를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할 리 없다는 의혹을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 우선은 충격이었다. 이후 콘셉트카를 최대한 살려 양산차로 이어가는 것이 완성차 업계 트랜드가 됐다. 덕분에 LC 500은 브랜드 플래그십 쿠페 포지션에 딱 어울리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외관을 갖고 있다.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은 그렇다 치고 보닛은 물론 숄더와 웨이스트 라인 전체를 근육으로 다져놔 평범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화살촉보다 예리한 램프류로 포인트를 줬다. 명성이 자자한 이탈리아 슈퍼카가 부럽지 않다. 잘 다져 놓은 근육과 균형 잡힌 비율은 한 수 위로 봐도 좋다. 외관 전체는 콘셉트카를 최대한 살렸지만 전폭, 전고, 휠베이스를 줄이고 높이고 넓혀 현실적으로 타협을 봤다. 반면 콘셉트카 그대로였으면 아쉬웠을 헤드라이트와 리어 라이트 형상은 더 파격적으로 바꿨다. 

이 멋진 LC 500에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 추가됐다. 국내 출시가 언제 이뤄질지 기다려졌는데 마침내 한국에 들어왔고 운 좋게 빠르게 시승 기회를 잡았다. 컨버터블인데도 지붕을 닫아 놨을 때 네이플 옐로우 외장 컬러와 샌드 베이지 소프트탑 조합으로 쿠페와 구별이 쉽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다. 

LC 500 컨버터블은 11개 외장 컬러, 블랙과 샌드 2개 컬러로 제공되는 소프트 탑, 황금색에 가까운 오커와 강렬한 레드, 차분한 블랙 3개 인테리어 컬러로 색상을 조합할 수 있다. 렉서스 코리아에 따르면 외장과 소프트탑 그리고 인테리어 컬러는 어떤 조합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내는 외관처럼 파격적이지 않다. 대시보드를 채우고 있는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는 평범하고 센터패시아와 콘솔부 구성도 일반적인 것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포르쉐 911과 같이 시선 두기 불편할 정도로 화려한 경쟁차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소박하다. 고성능 컨버터블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징이 아쉽지만 독특한 요소는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안쪽 구성, 콘솔부 디자인이 비대칭이다. 핸들 위치 등이 각각의 자리에서 필요하게 만들어놨다.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뛰어난 편이다. 그리고 더 작은 클러스터가 시야에 가득 차고 헤드업디스플레이 정보도 뛰어나 콕핏 전체는 운전에 집중하기 편한 구조다. 천장 느낌도 좋다. 일반적인 컨버터블은 천장 안쪽 마감에 불만이 많은데, 구김 없이 단단하고 고르게 펴져 있어 세단과 다르지 않다. 여닫을 때 발생하는 소음도 기분이 좋은 정도다. 뭐가 부러져 나가는 듯한 잡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소프트 탑 채용으로 트렁크는 큰 사이즈 캐리어 하나는 수납이 가능한 크기를 갖고 있다. 렉서스는 3단계로 접히는 소프트 탑 루프가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또 흡음재와 아크릴 섬유로 마감해 외부 소음 유입을 차단하고 열에 의한 변색을 막았다. 특수 골절로 주름까지 최소화해 외관 마무리가 깔끔한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 오작동 방지를 위해 콘솔부 작은 커버를 열어 버튼식으로 작동하는 소프트 탑 루프는 여는데 15초, 닫는데 16초, 시속 50km 아래면 달리는 중에도 여닫을 수 있다.

덕분에 소프트 탑 루프를 닫고 달리면 후륜 구동 5.0ℓ 자연 흡기 V8 가솔린 엔진, 빠르게 달리면서 발생하는 바람 소리나 바닥 소음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잡아준다. 열어 놨다고 해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과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 효과로 오픈 에어링이 주는 감성에 비하면 크게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차체 강성이다. 지붕이 없는 컨버터블은 무엇보다 강하게 선회를 하거나 가속을 할 때 뒤틀림 강성에서 약점이 드러난다. LC 500 컨버터블은 하부와 보디 전체에 일반 차종에서는 볼 수 없는 강철 기둥이 X자 또 대칭 형태로 보강한 브레이스 타워 바 구조가 사용됐다.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주행 감성이 정말 견고했던 비결이다. 여기에다 전후, 좌우, 상하 무게 비율이 완벽하고 전후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모든 상황에 무리 없이 해 준 것도 인상적이다.

경량화 효과도 있다. 소프트 탑과 함께 알루미늄, 탄소섬유 재질을 많이 사용한 덕에 공차 중량 2060kg을 실현, 속도와 상관없이 LC 500 컨버터블은 제어하기가 수월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자리를 잡고 후륜에서 시작된 활력이 전륜과 차체를 통해 운전대를 잡은 손과 심장으로 전해져 오는 짜릿한 쾌감은 말로 설명이 부족하다.

8기통 엔진이 공회전부터 들려주는 사운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깊은 울림이 있는데 사운드 제네레이터와 배기 변환 밸브로 배기음과 음압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사운드를 느껴가며 달리는 맛은 삼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킷이 아닌 이상 제대로 맛볼 수는 없었지만 코너에서 발휘되는 다운 시프팅과 급가속으로 연결되는 재미, 원하는 속도에 따라 동력 전달을 제대로 해주는 10단 자동변속기 질감도 뛰어나다.

메뉴얼 모드에서 대응해 주는 변속 타이밍도 놀랍게 빨랐다. 무엇보다 공로에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 주행 특성에도 서킷 능력이 탁월했던 기억이 있다. 인상적인 기어 매칭으로 코너링에서 안쪽을 공략하며 파고 드는 힘과 능력, 빠져나올 때 순발력과 안정감이 기가 막혔다.

특히 고회전 영역대에서 보여준 일관성이 인상적이다. 7000rpm 부근에서 시작하는 레드존까지 게이지를 끌어 올려도 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단조 커넥팅 로드와 티타늄 흡·배기 밸브 덕분에 숨결이 고르다. 이 밖에 LC 500 컨버터블은 앞좌석 넥 히터, 냉난방 장치를 제어하는 오픈 에어 컨트롤,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시스템,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이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총평>

렉서스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LC 500 컨버터블 경쟁차로 자주 거론되는 모델이 포르쉐 911이다. 그래서인지 너무 자주 보이는 포르쉐 911보다 희소성, 차별화가 분명한 LC 500 컨버터블에 후한 평가도 자주 보인다. 성능 제원에서 비교 되는 것이 있어도 가격이 저렴한 데다 충격적이고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컨버터블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 탑을 개방했을 때 정숙성이 마음에 든다. 닫아 놓으면 한여름 땡볕에서 교차로 신호 받는 것도 아무 문제 없을 듯하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흔한 것은 싫다"는 요즘 트랜드로 보면 흔하고 비싼 것들보다 하이브리드, 쿠페 그리고 컨버터블까지 선택 폭이 넓은 합리적 가격대 렉서스 LC 500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LC 500 컨버터블 가격은 1억78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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