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에 오른다. 한계령 시인으로 뒤늦게 알려진 정덕수가 이 노랫말 주인이다. 인제 스피디움 들기 전 방향을 틀어 하추리 계곡을 타고 굽은 길을 타며 쉼 없이 오른다. 길 풍경이 달라진다. 산 아래 벚꽃은 이미 이파리가 됐고 철쭉이 만개했는데 한계령은 아직 봄을 받지 못했다. 파리한 참나무 새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따스한 바람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세차게 분다. 바람에 잠시 눈이 감기고 뜬 사이 파랬던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지나가면서 비 몇 방울을 뿌린다. 한계령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