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이러다 빨강 바늘 나오는 '아날로그' 계기판 시대로 회귀?

  • 입력 2021.04.26 09:37
  • 수정 2021.04.26 11:2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가 하면 생산 일정 조절, 인력 조정, 정리 해고까지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보복 소비'에 따른 수요 증가를 기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글로벌 생산량이 500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방법도 나오고 있다. 미국 지엠은 주행 상황에 맞춰 4기통과 8기통으로 자동 전환되는 시스템이 적용된 쉐보레 실버라도, 타호, GMC 유콘 등 픽업트럭 EcoTec3V8 엔진에서 핵심 부품인 모듈 제어 반도체 없이 차량 출고를 단행했다. 연비 악화가 뻔했지만 우선은 생산과 공급 차질을 막아 보자는 고육지책이다.

푸조는 아예 차량용 반도체 사용이 많은 디지털 장비를 대거 제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신차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아날로그 타입으로 대체해 반도체 칩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식이다. 자동차 성능이나 안전 등에 필수적인 것을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에서 반도체 사용량을 줄여서라도 수요에 대응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절박해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예외없이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려있다. 지엠은 북미에 있는 대부분 공장장이 가동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했고 이런 조치 연장을 고민하고 있다. 1만 명 이상 직원은 기약 없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포드는 북미 최고 인기 모델이자 주력 모델인 F-150 재고가 2주분밖에 남지 않았고 머스탱과 링컨 브랜드 에비에이터와 노틸러스 생산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닷지 듀랑고 등 스텔란티스 계열 브랜드는 주요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고 정리해고까지 벌이고 있다. 벤츠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전기차 EQC 생산 차질로 마음을 졸이고 있고 닛산 알티마와 같이 각 브랜드 주력 모델들도 예외 없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하반기 생산량을 상반기보다 더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쌍용차 등 국내 업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오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 맥을 빼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당장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자동차 업체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전자 장비 비중을 낮추거나 판매가 저조한 비인기 모델 생산 중단으로 반도체를 아껴 핵심 모델에 집중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첨단 전자 장비로 상품성 경쟁을 벌여왔던 자동차 업계가 푸조처럼  아날로그 전환을 고민하거나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은 모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대당 많게는 300개 이상 필요한 반도체 소비를 줄이기 위해 첨단운전 보조시스템 항목을 줄이거나 하이패스,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 편의 사양이 삭제된 제네시스 G80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안전과 편의성 또 효율성을 높여준다며 첨단 반도체에 밀려 사라져 버린 센터페시아 버튼류와 다이얼이 다시 가득 채워지고 빨강 게이지가 속도와 RPM, 주행거리를 또렷한 숫자로 제공하는 아날로그 계기반이 다시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푸조가 기대하는 것처럼 첨단 디지털 시대 반도체 부족으로 원하지 않게 만들어진 아날로그 자동차가 희소성 가치로 의외의 인기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