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 아찔한 화물차가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라운 합법

  • 입력 2021.04.23 10:09
  • 수정 2021.04.23 1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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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해지는 교통사고 소식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화물차'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교통 사고는 2019년 기준 23만1569건, 사망자는 3333명이나 됐다. 이 가운데 화물차 관련 사고는 25%, 목숨을 잃은 이는 830명이나 됐다. 자동차 등록 대수 2400만대 가운데 10% 남짓한 화물차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화물차 사고가 심각한 이유는 고속도로에서 주로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반 교통사고에서 가해차로 분류되는 차종은 화물차가 12.7%로 집계됐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7.5%로 높아지고 이 가운데 사업용이 53%나 된다. 전체 사고에서 차지는 비중과 치사율로 봤을 때 화물차 안전이 매우 심각하다 보니 정부나 교통안전 관련 기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관리하는 차종도 화물차다.

참고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이상이 화물차 또는 특수차가 가해차로 분류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화물차 교통사고는 4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정차로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과속 및 속도제한 장치 설치, 과적 기준을 위반하거나 초과한 화물차 사고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대부분 화물차는 정해진 안전 규칙을 잘 따르고 있다. 그러나 속도제한 장치가 있는데도 무서운 속력으로 승용차를 추월하고 최소한 그물망도 없이 아찔하게 실려 가는 화물,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판 스프링, 길이를 자르고 안전 높이를 무시한 후부 안전판까지 보기에도 아찔한 화물차는 도로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도로에서 작든 크든 화물차를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 됐다.

화물차는 적재 중량이 1.5t을 초과하면 최고 속도를 80km/h로 제한하지만 이를 알거나 단속하는 일도 없다. 소형 화물차는 속도 제한 장치를 장착할 의무도 없다. 법규상 11인승 이상 승합 차량은 시속 110km, 3.5톤 이상 화물차량은 시속 90km를 초과할 수 없도록 속도 제한 장치를 달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로 정속 주행을 하는 승용차를 추월하는 대형버스나 화물차를 보는 일은 어렵지가 않다.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으로 정해 놓은 안전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허술한 관련 법규를 고치는 일도 시급하다. 화물차 구조변경은 운행 특성상 적재용량을 늘리기 위한 적재함과 축 추가로 몰린다. 일반 승용차는 총 중량 또는 크거나 제원이 변경되는 구조 변경이 매우 까다롭지만 화물차는 동형·동급 범위 안에서 길이, 너비, 높이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업종 특성상  적재 정치를 불법으로 개조하거나 가변 축을 눈속임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특히 많다. 문제는 허용된 구조변경 범위 내에서 이뤄진 구조변경에도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화물차 적재함 변경은 총 전장에 10분의 1을 더한 길이, 사이드미러로 후방 확인 가능이 가능한 너비, 높이 제한(고속도로 4m 20cm, 일반도로 4m 10cm) 범위에서 허용된다.

그러나 최근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사진 속 화물차는 법적 기준이나 허용치와 무관하게 아찔하다. 문제는 타이어 크기 등으로 어림짐작해 순정 적재함에서 족히 3m 이상 뒤로 빠져나온 윙바디가 적법하다는 사실이다. 적재함에 실려있는 화물 적재함을 떼어내고 장재물 허가를 받은 후 윙바디를 적재물로 인정받으면 가능한 구조다. 장재물은 적재한 화물이 적재함 크기를 벗어났을 때 허용된 범위에서 일시적으로 승인을 받아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토부 제한 차량 운행 허가 사이트서 신청하면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속 화물차가 임의대로 저 엄청난 길이의 윙바디를 싣고 그 안에 다른 화물을 적재한 것인지 그래서 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면 몰라도 허용 기준에 적합한 것, 국토부가 신청을 받아 정식으로 운행 허가증을 내준 것이라면 그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우선은 후부 안전판이 무용지물이고 번호판을 식별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적재함 길이보다 3분의1 이상 길어 보이는 윙바디도 너무나 위태롭다. 예외 없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는 승용차 후방 추돌 시 결과가 너무 뻔하다. 후부 안전판은 혹여 추돌한 승용차 전체가 언더라이드로 끝까지 박혀 들어 가서야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전문가는 "저건 특장이나 구변(구조변경) 사항이 아니다. 그냥 국토부에서 장재물 승인을 받아 짐칸보다 큰 윙바디를 적재함을 실은 것으로 보면 된다. 검사받을 때 내려놓고 운행할 때 다시 승인받고 올리면 된다. 윙바디 자체를 적재 장치가 아닌 화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고 저걸 실었다고 해서 번호판을 추가하거나 후방이나 측면 안전판을 보강할 필요도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매년 화물차 사고를 줄이겠다며 앞에서 이야기한 4대 안전 수칙을 강력 단속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화물차에 화물을 싣고 그 안에 또 화물을 싣는 편법이 가능하고 최소한 안전 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저런 편법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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