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로백 3.4초에서 만난 놀랍도록 편안한' 페라리 로마

  • 입력 2021.04.09 11:56
  • 수정 2021.04.09 12:47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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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글로벌 시장에 첫선을 보인 '페라리 로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페라리 혹은 슈퍼카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델이다. 일단 생김새는 날카로운 공격성을 숨긴 육식성 어류를 연상시키며 유연한 라인과 소름 돋는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또 실내 16인치 커브드 디지털 계기판을 비롯해 곳곳에 적용된 최첨단 시스템은 자동차보다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슈퍼카에서 보기 드문 컴포트 모드를 지원하는 페라리 로마는 시속 100km 정속주행에서 심연을 유영하듯 조용하고 매끄럽게 도로를 빠져나갈 뿐 아니라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 기능까지 더해 보통의 슈퍼카에서 상상할 수 없던 편안함을 전달한다. 또한 가속페달에 언제라도 조금의 무게가 더해진다면 페라리 특유의 날카로운 배기 사운드와 강력한 엔진음을 내지르며 본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페라리 로마의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순간 가속력은 3.4초, 200km/h까지는 9.3초다.

페라리 로마 외관 디자인은 전형적 패스트백 2도어 쿠페 스타일로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과 불필요한 디테일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는 미니멀리즘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전면부는 샤크 노즈 형태로 널찍한 보닛과 굴곡진 윙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페라리 전통적인 스타일과 격자무늬 패턴으로 마감된 라디에이터 그릴이 탑재됐다. 해당 그릴은 바디 외장 색상과 일치하며 통일감을 전달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헤드램프는 중앙을 가로지른 주간주행등으로 강인한 캐릭터 전달과 함께 전면부 긴장감을 선사하고 잔뜩 부푼 좌우측 펜더와 맞물려 페라리 로마 고유의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했다. 이어 측면은 전형적 패스트백 2도어 쿠페 스타일로 루프라인에서 시작된 부드러운 곡선이 트렁크 리드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됐다. 또 후면 윈드 스크린에 일체형으로 탑재된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는 디자인과 완벽한 조화뿐 아니라 기능적으로 속도와 주행 상황 따라 각도를 달리해 공기역학 성능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입체적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적용된 후면부는 안정감과 함께 모던한 모습을 전달하고 하단 범퍼에 일체형으로 탑재된 트윈 더블 머플러는 강력한 동력성능 암시한다. 또 범퍼 및 배기구와 일체화된 콤팩트한 디퓨저는 페라리 로마의 후면을 깔끔하게 완성하고 곳곳에 탄소섬유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모습은 해당 모델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페라리 로마 실내는 브랜드 미래를 엿 볼 수 있는 떡밥이 다수 존재한다. 실내는 차체 볼륨과 형태에 맞게 새로 개발된 아키텍처 콘셉트가 적용됐다. 핵심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각각 분리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듀얼 콕핏 콘셉트의 진화라고 볼 수 있다. 듀얼 콕핏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해당 디자인은 계기판 등 전체 실내 공간에 적용됐다. 대체로 운전자 중심적인 페라리 스포츠카와 달리, 페라리 로마 실내는 대칭적인 구조를 지녀 공간과 기능적 요소 두 측면에서 유기적인 배분을 강조했다. 실제로, 마치 부조종사처럼 동승자도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글로브박스 상단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8.8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시간 차량 성능 및 주행 상황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 선택, 위성 내비게이션 확인, 에어컨 조절 등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 운전자와 함께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센터 콘솔에 자리 잡은 F1 브릿지에는 과거 페라리 수동식 기어를 재해석한 게이트식 기어 레버가 적용됐다. 해당 기어 레버는 운전자가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각도에 위치한다.

이 밖에도 계기판은 16인치 HD 커브드 스크린을 적용해 우수한 가시성을 전달한다. 기본 화면에서는 내비게이션 및 오디오 화면이 원형 엔진 회전계를 둘러싸고 있다. 또 사용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정보 혹은 미니멀한 구성으로 그래픽 변경도 가능하다. 신형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차량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멀티터치 컨트롤을 도입했다. 기존 5가지 마네티노 주행 모드, 헤드라이트, 와이퍼 및 방향지시등 조작 버튼과 더불어 우측 스포크에는 대시보드를 조작할 수 있는 햅틱 반응의 터치패드, 좌측에는 음성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이 추가됐다.

페라리 로마 파워트레인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3855cc 8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620마력, 최대 토크 77.5kg.m의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해당 엔진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 기술로는 새로운 캠 프로파일, 터빈의 회전 운동을 측정해 최대 엔진회전수를 5000rpm가량 끌어올릴 수 있는 스피드 센서, 유로 6D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도입된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꼽을 수 있다. 또한 페라리 로마의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이전 7단 변속기와 비교해 크기도 작아지고 6kg 가벼워졌다. 이를 통해 연비는 향상되고 배출가스는 감소했음은 물론, 저점도 오일 사용과 유체역학 효율성 손실을 최소화하는 드라이섬프 윤활방식 적용으로 기어 변속도 빠르고 부드럽게 진행된다. 페라리 로마 국내 복합 연비는 7.4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237ℓ/km이다.

페라리 로마 도로에서 주행감은 각각의 주행 모드에서 특히 컴포트와 레이스에서 완전히 다른 차량을 운전하는 듯 프리미엄 세단과 슈퍼카 두 얼굴을 지녔다. 먼저 컴포트 모드의 경우 라인업 내 여느 그랜드 투어링 모델과 비교해도 가장 편안한 느낌이다. 시트 착좌감은 장시간 주행에도 전혀 부담 없고 노면 정보도 적당히 걸러낸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변속기 반응 역시 직결감이 우수해 도심은 물론 정체 구간에서도 덜 부담스럽다.

하지만 스포츠와 레이스 모드에선 180도 다른 강력한 엔진음과 다운시프트 상황에서 만나는 폭발적 배기 사운드가 페라리 본연의 강렬한 색을 드러낸다. 운전대 반응은 언제나 기대보다 예리하고 좀처럼 타이어 비명을 듣기 힘들 만큼 코너링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몸놀림을 발휘한다. 생김새와 실내 디지털 장비에서 놀라움 뿐 아니라 주행성능에서도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이 정도면 데일리카로 이용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보인다. 페라리 로마 국내 판매 가격은 기본 3억2000만원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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