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충전? 진짜가 됐으면 더 좋았을 역대급 만우절 거짓말

  • 입력 2021.04.01 08:50
  • 수정 2021.04.01 08: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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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거짓말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날 '만우절'이다. 만우절 기원은 여러 가지 '썰'이 있지만 프랑스에서 시작해 500년 넘게 이어져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가벼운 농에 그치는 일이 많지만 요즘 만우절에는 기업들이 귀를 의심하게 만들면서도 솔깃한 거짓말로 관심을 끌기도 한다. 간혹 만우절에 툭 던진 가벼운 거짓말이 실현되는 일도 있고 폭스바겐이 볼츠바겐으로 사명을 바꾼다고 했다가 주가 조작설에 휘말리는 일도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시선을 끌었던 만우절 거짓말은 2018년 일론 머스크(테슬라)가 트위터를 통해 파산을 선언했던 일이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초췌한 얼굴에 노숙자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직접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공교롭게 당시 테슬라는 유명 투자 전문가가 "테슬라가 4개월 이내에 파산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등 경영 위기에 봉착한 상태여서 잠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일론 머스크가 곧바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혔지만 파산 농담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폭스바겐이 사명을 바꾸고 일론 머스크가 파산했다는 쓸데없는 거짓말과 다르게 자동차 업체개 내 놓는 기발한 농담은 거짓말이 빤한데도 가벼운 즐거움을 주고 진짜였으면 하는 것들도 있다. BMW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한 '무인 러닝 코치'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무인 러닝 코치는 달리는 선수를 따라가며 스피커를 통해 힘을 내도록 격려하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이 만우절이라는 것을 알고도 런던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BMW가 매우 적절한 거짓말을 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BMW는 태양광이 아닌 달빛 충전이 가능한 루나 페인트를 발명한 적도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아우디는 일본 고객들을 위한 '밥솥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름하여 A8 5.5 익스클루시브 에디션, 뒷좌석에 세계 최초로 무쇠 밥솥이 적용됐고 모니터를 통해 쌀이 익어가는 과정까지 살펴 볼 수 있게 했다. 밥을 푸는 주걱에 아우디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이 압권이었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는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김치 냉장고 에디션을 생각해 볼 법하다.

랜드로버는 전기차 시대에 맞는 거짓말을 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험지로 악명이 높은 스카이섬 최고봉에 레인지로버 P400e 충전기를 설치했다며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45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랜드로버는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데는 매우 부족한 시간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컨버터블로 변신한 혼다 CR-V 로드스터, 동전을 넣으면 구리를 녹여 대체 에너지로 전환해 엔진 구동이 가능한 세아트 아로나 쿠퍼 에디션, 옛날 시계처럼 태엽을 돌려 동력으로 사용하는 복스홀 아담C, 2열에 있는 악동 꼬마들이 다투며 지르는 소리를 막아주는 쿼럴캔슬(QuarrelKancel) 시스템이 헤드레스트에 장착된 스코다 카록, 느리게 가는 앞차를 다른 차로로 치워 버릴 수 있는 렉서스 레인 발렛 테크(Lane Valet Tech)는 뻔한 거짓말인데도 언젠가는 나왔으면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현대차도 만우절을 지나치지 않았다. 영국 법인은 온라인 구매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자동차를 선택하면 수소 드론으로 2시간 이내에 전국으로 배달이 가능한 클릭 투 플라이(Click to Fly)를 전격 도입했다거나 어쩌면 만우절 농담에서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팰리세이드 N 얘기도 있었다. 기아는 스티어링 휠을 게임 컨트롤러도 대체한 KEE_Wii 컨셉카와 혀처럼 길게 빠져나온 특수 장치로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에어로 쏘울로 주목을 받았다.

세아트는 루프에 풍력 발전기와 같은 터빈을 달기도 했고 미는 홍차로 가는 차, BMW는 운전할 때 발생하는 스릴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드라이빙 슬로우, 아우디는 벌꿀에서 나오는 꿀을 에너지로 전환해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아우디 B-트론를 공개했다. 모두 거짓말이지만 자동차 업계가 지구환경, 에너지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밖에 카멜레온처럼 외장 색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스코다 카멜레온, 웬만한 힘으로는 버튼 시동키를 누를 수 없도록 해 운동 효과를 가미한 닛산 GYM 버튼, BMW M3 픽업트럭, 스티어링 휠에 있는 다양한 버튼으로 감정을 표시할 수 있는 혼다 카 혼 에모지(Car Horn Emojis), 터치스크린이 달린 현대차 차세대 콕핏 등은 진짜 있었으면 하는 만우절 거짓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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