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도 기웃거리는 전기 택시 '친환경 LPG' 대체 효과 의문

  • 입력 2021.03.30 09:43
  • 수정 2021.03.30 09: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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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전기 택시를 고민하는 눈치다. 일부 수입차도 전기차를 택시로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택시 버전 출시는 굳어진 상황이고 시장을 빼앗길 수 없는 기아도 EV6 택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울 도로에서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친환경 택시를 보는 일도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주행거리가 매우 짧은 르노삼성 SM3 Z.E, 그보다 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을 가장 많이 만난 듯하다. 운행 주체인 택시 기사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보인다. 전기차 충전 중 만난 SM3 Z.E 개인택시 차주는 "자투리 시간, 운행을 마친 시간 충전을 해 놓으면 영업을 하는 데 지장이 없고 추가 충전도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200km 정도 영업을 한다고 했다.

요즘 전기차 기준으로는 매우 짧게 여겨지는 주행거리 213km로도 서울 도심 택시 영업에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택시 시장을 주행거리가 배가량 늘어난 아이오닉 5(429km), 기아 EV6로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회 영업이 많았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에는 호출 영업이 많아져 주행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에 전기 택시로도 불편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택시가 꼭 필요로하지 않는 사양을 빼고 배터리 용량을 택시 영업 거리에 맞춰 조절하면 아이오닉 5 가격을 지금보다 크게 낮출 수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에 택시 추가 지원금을 통해 2000만원대 공급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경우 친환경 전기 택시 보급사업을 통해 총 300대에 기존 보조금에 추가 보조금을 따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가 택시업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도 전기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택시 운행 비용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고 기존 내연기관 대비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 수가 적어 관리상 장점이 많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 완성차와 택시업계가 전기 택시에 관심을 보이지만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우선은 전기 택시 보급에 있어 가장 큰 명분인 친환경 효과다. 광역단체 가운데 전기 택시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서울시는 전기 택시 1대로 이산화탄소 약 21t, 올해 사업 목표인 300대 보급 시 총 6367t을 감축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요즘 봄 하늘을 까맣게 덮고 있는 미세먼지 얘기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25만여 대 택시 99%는 LPG를 사용한다. 자동차 연료 가운데 LPG는 경유나 휘발유보다 지금 하늘을 덮고 매일 농도가 발표될 정도로 대기 환경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현저하게 낮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km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경유차는 0.56g, 휘발유는 0.02g, LPG는 이와 비교되지 않는 0.006g을 배출한다. 약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경유, 휘발유보다 높거나 비슷하다는 정도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대표적인 환경 유해 물질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경유나 휘발유보다 그나마 나은 것이 LPG 연료인데 서울시는 전기차를 택시로 구매할 경우 기존 보조금에 600만원을 추가해 총 1800만원을 지원한다. 노후 경유차나 고령차 처럼 형편없이 망가져 복구가 불가능한 자동차를 두고 그나마 상태가 좋은 자동차를 고치겠다고 나선 격이다.

완성차도 박자를 맞추고 있다. 현대차는 최저 가격이 5200만원인 아이오닉 5를 4000만대 아래로 낮춰 기존 보조금만으로 2000만원대 초반으로 끌어 내려 추가 보조금없이도 택시 업계 수용이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 법인 택시 대표는 "협회에서 현대차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전기 택시 가격이 2000만원대 초반, 그리고 차고지 충전기 설치를 지원해 준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기차로 대 전환이 시작된 마당에 자가용이든 영업용이든 대중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친환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혈세가 쓰이는 순서에 명분이 있어야 한다. 경유나 휘발유 대비 그나마 친환경 LPG 연료를 사용하는 택시 시장이 쉽고 빠르게 대량 공급이 가능한 장점은 있다. 그러나 택시보다는 노후 경유차 또는 고령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더 시급해 보인다.

어느 용도로든 전기차 확산이 필요한 때이고 시급해진 일이지만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지금은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LPG보다 경유, 휘발유를 사용하는 고령차를 전기차로 대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올해 판매 목표 가운데 40%를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적은 LPG 택시로 채우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국민 혈세다. 오염물질 배출 정도로 봤을 때, 그나마 환경 유해성이 적은 LPG보다는 경유나 휘발유를 전기차로 교체하는데 우선 쓰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에너지 생산 과정부터 연료로 사용되기까지 LPG는 전기보다 더없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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