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K8이 뒤집으면 '현대차ㆍ기아' 내수 순위 역전?

  • 입력 2021.03.24 10: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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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8 사전 계약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첫날 1만8015대는 기아 세단이 갖게 될 새로운 기록이다. 2019년 11월 K5가 기록한 7003대는 가볍게 깼고 전작인 K7 2020년 총판매량(4만1048대) 절반에 육박했다. K8 사전계약 실적은 기존 기록을 깼다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명과 로고가 동시에 적용된 첫 모델이 성공적인 첫 걸음을 뗐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기아 관계자는 "사명과 로고뿐 아니라 차명까지 바꾼 모델은 K8이 처음일 것"이라며 "K8에 적용된 주행 및 편의 사양도 세계 또는 국내 최초인 것들이 많아 상품성 혁신에 대한 기대가 사전 계약 수요를 끌어 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준대형 세단이지만 사전 계약 주 연령대는 40대로 나타났다"라며 "외관과 실내를 젊은 층이 선호하는 미래적, 첨단화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K8 사전계약 성과는 준대형 세단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해 왔던 현대차 그랜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K8 반응이 아무리 뜨겁다고 해도 그랜저는 쉽지 않은 상대다. 지난해 총 14만5000대로 월 평균 1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고 올해 1월과 2월에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 지붕 경쟁이지만 그랜저 덕분에 현대차 세단 지위는 기아 K5가 쏘나타를 압도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K8 등장으로 이 판세는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K8과 그랜저 싸움뿐만 아니라, 세단 경쟁 나아가 RV를 포함한 승용모델 전체로도 확전될 기세다. 1월과 2월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현대차 전체 승용 판매량은 3만6000대, 기아는 2만8000대를 각각 기록했다. 격차가 크지만 전체 판매량 절반에 육박하는 그랜저(1만6000여대)가 K8에 밀리게 되면 승용 전체 판매량 역전이 가능해진다.

올해 승용 누적 판매량에서 그랜저와 K5를 빼면 현대차 총판매량은 1만9562대, 기아는 2만5417대로 순위가 역전된다. 따라서 K8이 그랜저 판매량을 추월하게 되면 판세가 뒤집힐 것이 확실하다. RV는 이미 기아가 꽤 큰 격차로 현대차를 따 돌리고 있어 순수 승용 모델 경쟁도 볼만해진다. 올해 RV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가 3만2899대, 기아는 4만0911대를 각각 기록 중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상용차를 제외한 순수 승용 모델 경쟁에서 현대차는 올해 누적 판매량 6만9105대로 6만9565대를 기록한 기아에 이미 역전을 허용했다. K8이 그랜저를 제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내수 경쟁 판세 변화 원인을 편중화로 보고 있다. 현대차 가운데 올해 누적 판매량 1만대는 그랜저(1만6644대)와 아반떼(1만1676대), 투싼(1만2602대) 3개 모델이 기록했다.

기아도 K5(1만987대), 쏘렌토(1만2425대), 카니발(1만4196대)로 모델 수가 같다. 문제는 현대차가 3개 모델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적을 내는 모델이 없는 반면, 기아는 쏘울(161대) 이외 대부분 모델이 위치에 맞는 고른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차이에 있다. 쏘나타와 싼타페가 K5와 쏘렌토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부진한 이유다. 따라서 K8이 본격 판매되는 시점에 돌입하면 현대차는 더한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집안싸움으로 보고 있지만 형제간 다툼처럼 치열한 것도 없다.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늘 이인자 위치에 있던 기아가 형님 목덜미를 내려다볼 정도로 성장했다. "쏘나타 이후 아반떼, 투싼 등에 지나치게 파괴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는 누군가의 지적을 현대차가 새겨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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