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의문의 굴욕, 고민하는 소비자에 물었더니 '제네시스는 벤츠급'

  • 입력 2021.02.05 08:32
  • 수정 2021.02.05 08: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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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로 대표됐던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 3강 구도가 흔들거리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 2018, 2020년 정기 조사에서 나타난 프리미엄 경쟁 역학구도를 분석한 결과, 이 틈새에 '제네시스'가 비집고 들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벤츠와 BMW 양강 구도에 아우디가 한 축을 이루던 삼각 구도가 무너지고 제네시스가 그 일각을 확실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제네시스는 아우디를 확실하게 밀어냈고 한걸음 더 나아가 BMW 자리를 넘보며 벤츠와 맞짱을 뜨려는 기세라고도 했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제네시스 구매자가 ‘벤츠와 제네시스'를 놓고 끝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기간에 프리미엄 6개 브랜드(벤츠, BMW, 제네시스, 아우디, 볼보, 렉서스)가 소비자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보인 경합 양상을 분석한 결과 ‘벤츠와 BMW’가 가장 강력한 경합관계를 유지했다.

예를 들어 벤츠를 구매하는 사람은 BMW, BMW를 구매하는 사람은 벤츠를 최종 구매결정 순간까지 가장 많이 저울질해 두 브랜드의 양강구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양상은 달라졌다. 2015년 11월 공식 출범한 제네시스는 2016년 BMW와 경합을 벌였으나 2018년 BMW를 제치고 처음 벤츠가 1차 경합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2020년 강도가 상승했다.

이는 최강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에 대해 제네시스가 BMW와 대등한 경쟁 위치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2016년만 해도 제네시스 구매자는 ‘제네시스를 살까, BMW를 살까’를 1순위로 고민했다면 2018년부터는 BMW를 2순위로 제쳐놓고 ‘제네시스냐, 벤츠냐’를 우선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최종 선택 결과도 놀랍다. 제네시스와 벤츠, 제네시스와 BMW를 놓고 저울질하던 고객 3명 중 2명이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구입 의사결정 최종단계에서 제네시스가 벤츠와 BMW를 2 대 1로 앞섰다는 것은 경이적이다. 조사 결과는 제네시스 역동적 디자인(외관 스타일)과 신차 효과(최신모델)가 크게 어필했음을 보여 준다.

아우디와 경쟁에서 밀려난 것과 다르게 볼보는 벤츠, BMW와 대등한 위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볼보 최대 강점은 ‘안전한 차’라는 대중 이미지와 ‘최고의 상품’ 만족도를 준다는 점이다. 제네시스와 함께 안전성과 상품성으로 무장한 볼보의 경쟁력도 주목할 만하다.

렉서스 입지는 흥미롭다. 렉서스 구입자는 제네시스를 비교 대상 1, 2순위로 고려한 데 비해 제네시스 구입자는 3순위 밖으로 생각했다. 렉서스는 조사에서 영업, 서비스, 품질 전반 고객만족도 모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브랜드임에도 한국 고객 마음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노재팬 후폭풍 탓인지 지난해에는 4순위까지 밀려났다.

한편 제네시스는 판매와 이미지 메이킹에는 확실히 성공했지만 지속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지적했다. 제네시스 구입자 평가, 즉 고객만족도가 높지 않아서다. 체험 품질문제점 수, 품질만족도, 서비스만족도, 종합고객만족도 모두 하위권이며, 최상위권인 벤츠, 렉서스와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제네시스의 초기 품질문제점 수가 경쟁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국내 일반 브랜드보다 열세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제네시스 판매 성공은 신차효과와 디자인, 외산보다 풍부한 편의사양에 있겠지만 유일한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애국소비 성향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 구입자가 평가한 당연품질(must-be quality)에서 경쟁자에 크게 뒤진다면 커다란 품질 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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