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차보다 슈퍼차저' 독자 충전 네트워크가 승부 가른다

  • 입력 2021.01.28 11: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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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가 지난해 연간 판매 목표 50만대에 거의 접근한 49만9550대를 팔았다. 흑자 규모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 주가는 내려갔지만 회사가 출범했던 2003년 이후 연간 경영 실적이 사상 처음 흑자를 냈다. 테슬라가 연간 수익을 내면서 전기차만 만들어 흑자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깨졌다.

최근 5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로 테슬라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어디도 테슬라를 능가하지 못했다.  폭스바겐과 GM,현대차 등이 물량 공세에 나서겠지만 테슬라가 올해 최대 90만대를 팔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계 최대 전기차 소비국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된 SUV 전기차 모델 Y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가능한 수치로 보인다. 2012년 연간 판매량이 2600여대에 불과했던 테슬라가 불과 10년 만에 200배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 CEO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공격적이고 천문학적인 투자,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집약되는 가운데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이 출간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HBR은 테슬라가 구축한 충전 플랫폼 '슈퍼차저'가 소비자들이 쟁쟁한 경쟁차보다 먼저 선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봤다.

테슬라 슈퍼차저(Tesla Supercharger)는 완속과 급속 충전이 가능한 자사 모델 전용 충전 플랫폼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에 있는 32곳을 포함 약 2000여개가 전 세계에 운용되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충전기는 2만기가 넘는다. 미국 전역에 있는 전기 충전소 4000개 가운데 1000개가 테슬라 슈퍼차저다. 테슬라는 슈퍼차저 구축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지도에서 슈퍼차저 위치를 보면 동부와 중부 그리고 서부지역까지 촘촘하게 표시된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슈퍼차저는 테슬라 모델 구매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익숙한 장소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했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단순한 충전 편의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얻어지는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테슬라는 충전 패턴, 주행 데이터와 상태를 파악하고 충전소를 수요에 맞춰 조절하고 어디에 추가할 것인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생산과 수요 그리고 유지에 필요한 정보가 독자적인 충전 플랫폼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충전소'를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테슬라는 직접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전력을 다했고 지금 거두고 있는 성과는 그 결실이다. HBR은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100년 넘게 자동차만 만들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새로운 시대, 전기차 경쟁 시대에는 충전 네트워크보다 중요한 인프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테슬라가 이미 구축됐거나 계획하고 있는 슈퍼차저를 모든 전기차에 개방하고 이를 유료로 전환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350kW급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춘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은 '주유소가 충전소'로 전환하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Hi-Charger)’ 총 8기가 설치돼 있고 타사 모델도 충전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고속도로 휴게소 12곳과 전국 주요 도심 8곳에 총 120기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주유소와 다르게 제조사가 충전소를 직접 구축하면서 얻어지는 효과는 테슬라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HBR은 GM과 포드 등이 테슬라와 같이 10억 달러를 들여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테슬라가 지금처럼 시장을 지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론은 자체 충전소가 미래 전기차 경쟁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전력이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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