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현대차그룹과 애플 '이뤄질 수 없는 애정행각'

  • 입력 2021.01.08 11:05
  • 수정 2021.01.08 11: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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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위해 현대차 그룹과 손을 잡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개발은 물론이고 미국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차 그룹 내부 검토는 이미 끝났고 정의선 회장 결정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애플카는 오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느닷없이 터져 나온 이 얘기로 8일 현대차 그룹 계열 주식이 폭등했다. 업계 반응은 조심스럽다. 애플 자율주행차는 아직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프로젝트 단계이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조차 전해진 것이 없다. 애플이 처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황으로 봤을 때 설령 있었다고 해도 초보적 논의였을 것이다. 들썩 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현대차 그룹이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관련 수많은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있지만 '애플카'와 같이 다른 브랜드 양산차 개발에 협력한 사례가 없다. 특정 모델을 현대차 그룹 시설에서 위탁 생산한 일도 전례가 없다. 지금 북미 시장 수급상황으로 봤을 때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하려면 추가 라인 증설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일을 벌일 여유나 이유가 전혀 없다.

현대차 그룹이 애플과 손을 잡으면 단박에 전기차 시장 선두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황당하다. 애플 자율주행 기술이 베일에 싸여있어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전기차 부문은 현대차 그룹이 앞서도 한참을 앞서 있다. 현대차 그룹 얘기보다 앞서 애플은 테슬라 등 여러 업체와 협력 얘기를 흘렸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성이 있는 얘기는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과 협력이다.

최근 LG전자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설립으로 잘 알려진 마그나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이면서도 자회사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 BMW, 닛산, 포르쉐, 재규어 등 다양한 브랜드 모델 연간 수 백 만대를 위탁 생산하는 곳이다. 이 회사가 가진 완성차와 부품 생산 시설은 전 세계 26개국, 294곳이나 된다.

지난 2016년 애플카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도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그나가 위탁 생산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마그나는 애플카에 전념하기 위해 당시 생산하고 있는 미니와 벤츠 계약 종료까지 추진했다. 애플이 돌연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축소하면서 더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보다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마그나가 북미와 유럽 그리고 중국에도 연산 18만대 규모를 갖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 생산 능력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현대차 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LG와 SK가 이미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현대차 그룹과 배터리 개발을 협력할리가 만무하다. 현대차 그룹도 생산량과 공급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브랜드 차량을 위탁 생산할 이유가 없다.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차 그룹은 이미 완성도 높은 스타트업을 확보하고 있어 협력 논의가 있어도 공동 개발이나 생산 부문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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