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쌍용차,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오뚝 서기를 기대하며

  • 입력 2020.12.22 10:46
  • 수정 2020.12.22 10: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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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지난 21일,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 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및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복잡한 얘기지만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고 자력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니 채무를 동결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는 것이다. 회생 절차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3개월 이내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사라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에도 기업회생 신청을 했던 전력이 있다. 2010년 매각 공고가 나왔고 같은 해 인도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본계약이 체결됐고 2011년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됐다. 그러나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며 직접 투자를 꺼렸다. 그동안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한 것은 올해 4월 일회성 특별자금으로 투입한 400억원이 전부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마인드라는 신규 투자는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7월 만기가 도래한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을 시작으로 쌍용차는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 산업은행이 만기를 연장해 줬지만 15일 만기가 돌아온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 차입금 6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결국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쌍용차가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대주주 마힌드라 책임이 크다. 외국계 은행 차입금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실제 조처를 한 적이 없었고 올해 약속했던 23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이전 중국 상하이 기차가 그랬던 것처럼 쌍용차가 가진 주요 기술들이 마힌드라로 옮겨졌다.

2015년 티볼리 성공으로 경영 정상화에 희망이 보였지만 쌍용차는 2017년 이후 15개 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업회생까지 가지 않을 기회가 있었지만 마힌드라가 대주주 위치를 놓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무산됐다"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면서 미국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와 협상을 벌여왔지만 마힌드라가 지분 유지를 고집하는 바람에 더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HAAH와 협상 여지가 아직 남아있고 법정관리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기간에 새로운 투자자나 인수자가 나설 경우, 채권자 협상을 통해 다시 경영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쌍용차 임직원들은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임원 연봉이 삭감되고 직원들은 동결까지 감수하면서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짜내 최근 출시한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마힌드라가 조금만 도와주면 회생 신청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면서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외국 자본에 인수되면 언제 이런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겹쳐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쌍용차는 유독 부침이 심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우자동차에 인수됐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쳐 2004년 중국 상하이 기차로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상하이 기차는 쌍용차가 가진 기술과 인력만 빼돌리는 '먹튀'로 손을 뗐고 이후 노조 옥쇄 파업 등 극렬한 노사 대립으로 이어졌다.

쌍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다리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에 인수돼 2016년 흑자를 달성하는 등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결국 코로나 19에 발목을 잡히면서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최대 위기에 빠졌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 직후 “협력사와 영업 네트워크, 금융기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라며 “긴급회의를 통해 전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두고 복잡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어설 것으로 믿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부분변경 렉스턴이 잘 팔리고 있고 내년으로 예정된 전기차도 싹수가 있어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쌍용차가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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