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의 한 수,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개 '스팟' 살짝 밀어 봤더니

  • 입력 2020.12.18 08:00
  • 수정 2020.12.21 08: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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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는데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Spot)' 옆구리를 살짝 밀어봤다. 버티는 힘이 느껴지고 조금 밀려나도 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총총 걸음으로 장애물을 만나면 회피하고 계단을 오르고 내려간다. 로봇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스팟은 현대차 그룹이 지난 16일 전격 인수를 발표한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로봇이다. 이 인수 소식은 자동차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로보틱스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MIT 교수 출신인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박사가 세웠고 초기 미국 육군 의뢰로 제작한 빅독(Big dog)을 시작으로 치타(Cheetah), 와일드 캣(Wild cat), 스팟 클래식(Spot Classic)을 연이어 내 놨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로봇 분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인정을 받는다.

유튜브로 공개된 이들 로봇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로봇과 다르지 않게 지형을 가리지 않고 뛰거나 걷고 강하게 밀어 차도 균형을 유지는 것도 모자라 계단을 오르고 잡다한 물건이 쌓인 바닥도 거침없이 통과했다. 측면을 강하게 밀어도 균형을 잃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가장 최근 나온 인간형 아틀라스(Atlas)는 점프는 물론 장애물을 뛰어넘고 180도 회전, 덤블링까지 해 내고 있다.

개를 닮아 로봇개로도 불리는 스팟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가운데 유일하게 상용 판매를 시작한 로봇이다. 17일 현대자동차 모터스튜디오 일산에서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가 갖고 있는 스팟을 직접 만났다. 국내에 있는 유일한 스팟은 이날 소개된 단 두마리(개) 뿐이다. 개로 치면 대형견 정도 크기, 전후방에 설치된 카메라 8대로 주변을 인식하고 복잡한 관절로 구성된 다리 4개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신기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초기 모델인 빅독이 디젤 엔진으로 움직이는데 따른 엄청난 소음으로 군사용에서 폐기된 반면, 스팟은 모듈 배터리로 조용하게 작동됐다. 조종기로 스팟을 제어하는 연세대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스팟은 건설 현장에서 어떤 역할 또 용도에 적합한지를 실증하는 일에 투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용도 이외에도 스팟은 이미 인명을 구조하고 인간이 접근하지 힘든 장소를 탐색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 그룹은 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욕심 내는 곳이 많았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을 선택한 것은 안정적인 투자가 보장되고 미래 자동차와 로봇을 따로 떼어내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은 스팟과 같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축적한 로봇 인지 기술과 균형 능력 등이 미래 자율주행차에 접목되기를 바라고 있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와 함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이를 통해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일반 산업과 군사 분야, 일상 등 무한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자동차는 이미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인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또는 자동 조치나 음성명령 수행, 사각지대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로봇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요타, 폭스바겐, GM 등 유력 제조사들로 로봇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대차 그룹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상품화에도 성공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가장 빠르게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 그룹이 신의 한 수를 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엇보다 오늘 스팟이 보여준 인지 능력,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보여준 균형 유지 능력 등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화하고 있는 스팟, 더 나아가 로봇에 대한 경계심도 있다. 이 때문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이 인간 통제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영상에서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콘트롤러로 제어를 해야만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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