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 '대배기량 SUV 열 올리는 수입차'

  • 입력 2020.12.16 13:12
  • 수정 2020.12.16 16:36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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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과 함께 메세 전시회장은 가두시위를 펼치는 약 1만5000여명의 인파로 채워졌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사랑하지 말라'라는 피켓을 들고 도로에서 이동하는 자동차 수를 줄이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일부 대형차에 대한 생산 금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앞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일부 활동가들은 모터쇼 내부 전시장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보는 앞에서 독일차 3사(BMW,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SUV 모델에 올라가 '기후살인마(Klimakiller)'라고 적힌 피켓을 펼치는 등 적극적 행동을 펼쳤다. 환경과 기후학자들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동차 업계가 늦어도 2028년까지 전기차 100%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석에너지의 사용으로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한 인류는 보다 윤택한 삶과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를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부산물을 얻게 됐다. 이는 곧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1℃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급격한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로 귀결됐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기록적 폭염과 산불, 폭우와 대홍수 등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산업화이면 어두움 그림자를 드리운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각국 정부는 유럽 연합을 시작으로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법안으로 제정했으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휘발유와 디젤을 포함 2030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못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2025년을 마지노선으로 단계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역시 2035년까지 순수전기차와 같은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주장한다. 한국 정부 역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 및 수소차의 적극 활용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교통 수요관리를 통해 수송부문 탄소중립 기반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부 수입차 업체는 2021년 신차 포트폴리오를 대형 SUV와 픽업 트럭으로 채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과거 '클린 디젤'이라는 믿음 아래 유럽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디젤차를 사들이다 이제야 경유차 억제책으로 수습하는 우리의 상황이 다시 한번 펼쳐질 것이란 위기감이 앞선다.

포드코리아는 지난주 내년 한 해 동안 SUV와 픽업트럭 등 다양한 신모델 출시를 통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올해 포드와 링컨의 신차 라인업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던 것과 상반된 전략이다. 포드는 올해부터 강화된 유럽 시장의 환경규제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미달하며 내년 수 조 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유럽은 배출가스 규제 조치의 일환으로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km 당 130g에서 95g으로 강화했다. 이를 초과한 브랜드는 g당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결국 내연기관차를 많이 판매하면 유럽 시장에선 오히려 영업이익이 감소된다. 미국 시장도 녹록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탈탄소 정책을 펼치게 될 바이든 당선인은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시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청정에너지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변변한 친환경차와 기술력이 없는 미국 내 완성차 브랜드는 도태될 위기에 놓였다.

포드코리아는 내년 한국 시장에 3.0리터 GTDI V6 엔진을 탑재한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을 필두로 디젤 엔진을 적용한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 등 픽업 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익스플로러보다 큰 풀사이즈 SUV인 포드 익스페디션, 링컨 네비게이터 그리고 포드 브롱코 등을 순차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대부분은 대형 차체와 대배기량 엔진을 바탕으로 낮은 연료효율성을 발휘한다. 이는 곧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의미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도입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세 전환을 해야 정부의 수송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로드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현행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는 다운사이징과 터보엔진이 보편화된 시대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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