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0 #3] 자동차 판도를 가를 미래를 위하여 '뭉치고 흩어지고'

  • 입력 2020.12.14 10:0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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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만한 자동차 브랜드는 약 50여 개다.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 등에 있는 크고 작은 브랜드를 합치면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곳은 3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브랜드 대부분은 복잡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 포르쉐 등을 거느린 폭스바겐 그룹이 가장 복잡한 생태계를 갖고 있었고 덩치도 가장 컸다. 지엠(GM)도 쉐보레, 뷰익, 캐딜락, GMC를 계열로 두고 있고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PSA(푸조 시트로엥), 그리고 르노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도 다수 계열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이 갖고 있던 최다 계열 브랜드는 올해 '스텔란티스(Stellantis)' 그룹에 내주게 됐다. 스텔란티스는 브랜드가 아닌 FCA(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이 합치면서 역사상 가장 큰 자동차 군단이 됐다. 스텔란티스 군단은 피아트와 푸조, 지프, 크라이슬러, 닷지, 마세라티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연산 능력 850만대로 단박에 세계 4위권으로 부상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보다 두 그룹이 가진 시너지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연구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고 비용을 줄이는 한편, 유럽과 북미 시장에 세단과 RV, 상용차 등 각각 특화된 제품을 전략적으로 공급하는 데 따른 경쟁력도 확보했다. 유력한 전문 기관들은 "과거 어느 자동차 기업 간 합병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스텔란티스는 주목을 받았다.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구조 조정, 자율주행, 전기차, 커넥티드 또 새로운 사업 진출을 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해진 기업들이 주판을 튕기면서 FCA와 PSA 합병은 물론 과거 어느 때보다 뭉치고 흩어지는 일이 많았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동맹에서 미쓰비시를 털어내려 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폭스바겐도 람보르기니와 이륜차 두가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잠시 나오기도 했다. GM은 올해 호주와 뉴질랜드 사업을 접었고 미쓰비시도 영국에서 철수했다.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밝힌 것도 올해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 벤처 등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일도 어느 해보다 많았다. 현대차 경우 지난 상반기에만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 이스라엘 스타트업 오디오 버스트, 미국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 로보틱스 등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투자를 했다. 최근에는 로봇 개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자동차 업계가 합병과 분할, 폐쇄 등 가장 극단적인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경영 악화에 앞서 미래 생존을 위해서다. 여러 시장 분석 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판매 전망치를 살펴보면 7000만대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차 개발, 상용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막대한 비용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게 됐다.

따라서 필요 불급한 사업을 떼고 정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연구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시기에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2021년에는 슈퍼카나 럭셔리카 브랜드를 처분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설을 폐쇄하는 극단적 선택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판세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폭스바겐과 지엠 그리고 현대차 등 한발 앞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이제 구체적 성과를 내는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출발이 느렸던 일본 브랜드를 압도하는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뭉치고 흩어지는 일이 올해보다 내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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