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역지침을 물로 보는 BMW, 수백 명 초청 호화행사 물의

  • 입력 2020.12.11 10:55
  • 수정 2020.12.11 12: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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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 19) 확산세가 무섭다. 지난 9일 일일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서더니 오늘은 689명으로 700명에 근접했다. 전국적으로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고 특히 수도권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 고사 직전인 중소기업도 즐비하다. 일상이 무너진 후유증으로 모든 국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2.5단계 주요 방역 조치는 방문 판매를 금지하고 21시 이후 지정된 업종은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기타 시설도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체육시설도 문을 닫아야 한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도 50인 이내로 제한됐고 종교활동, 직장 근무도 인원을 제한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지금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이전에도 없었던 대유행이 시작되고 2.5단계에서 3단계로 방역 조치가 격상되면 일상 활동에도 제한되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난 10일 BMW 코리아는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했다.

이태원과 가까운 서울 용산 하얏트 호텔에서 벌어진 이 날 행사는 비대면, 유튜브 채널을 통한 라이브 콘서트 등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대규모 고객 초청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날인 10일 200팀, 11일에도 200팀이 하얏트 호텔로 초청돼 야외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를 관람하게 했다. 동반객을 모두 합치면 족히 1000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다.

BMW 코리아는 방역을 철저하게 했고 초청된 고객들이 각자 방에서 외부에 설치된 무대 공연을 관람했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초청해 강행한 것 자체로도 비난 받을 일이다. 정부 방역 수칙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말로는 비대면이라고 했지만 이날 행사에 초청을 받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호텔로 모여들고 여기저기를 오가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비난을 받을 일이다. 지금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은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과 사회적 정서를 고려해 여러 의미있는 기회를 포기해가며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BMW 코리아가 창립 25주년 행사를 애초 밝힌 것처럼 비대면으로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와 떨어져 각각의 객실에서 관람하도록 하는 편법으로 대규모 인원을 한 호텔로 모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넓은 의미에서 대한민국 방역지침을 무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철저한 방역, 개인위생 따위는 지금 오후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동네 중국집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일이다.

이날 호텔에서는 콘서트가 끝난 후 여러 사람이 모여 자리하는 모습이 여럿 목격됐다는 얘기도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줄지어 폐업하고 가게 문을 열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고 수많은 중소 기업들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편법으로 방역지침을 위반해가며 특급 호텔에 수백 명을 초청해 호화로운 행사를 연 BMW 코리아는 대한민국 방역지침을 물로 본 것이나 다름없다. 이 행사는 오늘도 같은 방식과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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